어색한 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던 광희는 약과였다. ‘무한도전’ 연출자인 김태호PD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에게 따라붙는 ‘발연기’의 오명을 작정하고 써서 웃음을 안겼다. 예능 연출자가 당연히 연기를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를 웃음 장치로 쓴 ‘무한도전’의 대담함은 안방극장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릴레이툰 특집으로 하하와 기안84가 만든 ‘막장 웹툰’인 ‘무도 30년 후’에 목소리 연기를 입혔다. 멤버들이 직접 연기를 한 가운데, 웹툰에 등장하는 김태호PD도 연기에 도전했다. 멤버들과 신경전을 벌이거나, 주로 멤버들을 골탕먹였다가 멱살잡이를 당하는 바람에 출연하는 일이 있어도 이 같이 대놓고 카메라 앞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던 김태호PD. 그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웹툰에 나오는 대사를 소화했다.
당연히 어색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웃음을 선사할 줄 몰랐다. 하하에게 비굴하게 부탁을 하거나, 하하를 치켜세우는 대사를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감정선으로 연기했다. 국어책을 읽어 ‘로봇 연기’를 펼치며 웃음을 안겼던 광희의 성우 도전보다 더 막강했다. 멤버들의 비웃음 속에 김태호PD는 민망하지만 연기를 이어갔고 어색한 대사 설정으로 더 큰 웃음을 안겼다.
“원래 내가 사용하는 어투가 아니다”라고 해명을 해도 이미 터진 웃음은 수습이 안 됐다. 그나마 완성본은 어느 정도 정돈이 됐지만 앞으로 간혹 등장할 김태호PD의 목소리 연기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 됐다. 연출자가 연기를 못 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소화하지 못해 웃긴 장면이 여럿 나온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멤버들이 재미를 위해 제작진과 갈등을 만들어가고, 자신들을 고단하게 만드는 김태호PD를 향한 분노의 삿대질과 멱살잡이로 웃음을 만들었다. 김태호PD는 이 같은 대립각으로 재미를 안겼는데 이날 방송은 ‘역대급’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 ‘릴레이툰’은 5주의 방송이 남아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김태호PD가 향후 또 목소리 연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태호PD가 쓴 ‘발연기 새 역사’가 다시 경신이 될지 관심이 높아진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