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tvN 드라마 '시그널'에 출연한 이유는 순전히 대사 한 줄에 꽂혀서였다. "20년 후에는 뭔가 변했겠죠?" 집 앞까지 찾아와 간곡히 출연을 부탁했던 김원석 감독은 '시그널'의 주제를 설명해주는 이 대사를 전했고, 조진웅은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던 여행까지 미루며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런 '시그널'이지만, 촬영 과정을 쉽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피해자의 상황에 몰입돼 괴로웠다는 것. 조진웅은 "'아가씨' 끝날 무렵에 해서는 정말로 그 때 술을 많이 마셨다. 좀 괴롭더라. 사건의 골들이 깊다고 해야하나? 어떨 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이 나이에 이 아픈 상황을 경험할 필요가 있나? 나는 어두워질 필요가 없는데 아이도 없고, 3년밖에 안된 신혼이라면 신혼인데 재밌게 지내야하는데"라며 어두운 사건이 많았던 '시그널'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게 너무 무거우니까, '(동료 배우들에게) 오늘 한 잔 할래?'가 아니다. 그냥 집에서 혼자 이렇게 마신다. 내일 아침 7시 반까지 어디로 촬영하러 가겠지만, 지금 11시지만, 이걸 안 달래면 식은 땀이 나고 꿈에 나올 것 같고 그렇더라"고 당시의 심정을 말했다.
이어 "내가 겁이 많아서 김혜수 선배 비닐을 씌우고 그런 장면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래도 남자 배우고, 후배인데 '고생하셨어요' 하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재연이다. 현실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선배 어깨에 손 대고 '괜찮아?' 했는데 몸이 그렇게 떨린 건 처음이다. 의도적으로 떨 수 있는데 되게 공포스러워하시는구나를 알았다"며 "머리에 비닐을 씌우는 것도 소품팀이 와서 해줘야한다.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말하시는 걸 옆에서 본 거다"고 현장에서 본 김혜수의 투혼을 기억했다.
또 "그러니 실제로 당한 그 사람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많이 울었다. 상상도 안 간다. 어떻게 했을까. 죽을 걸 직감한 순간도 있었을 거고, 어떻게 그걸 감당했을까? 그래서 집에 가면 이만큼 간 추를 원점으로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셨다"고 '시그널' 촬영 중 술을 많이 마신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진웅과 안성기가 주연한 영화 '사냥'은 엽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액션 스릴러 영화로 오는 29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