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가 방송 3회만에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4회부터 메디컬 드라마로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이렇게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움켜진 '닥터스'만의 인기 비결은 뭘까.
첫 방송부터 1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하 동일)이라는 높은 시청률로 출발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는 2회에서 14.2%, 회에서 14.4%를 얻으며 적수 없는 월화극 1위 체제를 구축했다.
사실 첫 방송 전만해도 KBS 2TV '뷰티풀 마인드'와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두 드라마 모두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이 이야기이니만큼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미스터리와 휴먼 멜로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건 전자이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상당했기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번 월화극 대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시시하게 끝이 났다. 결과는 '닥터스'의 완승. 전작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밝고 정의로운 캐릭터로 돌아온 김래원과 가슴 속 상처를 안고 사는 반항아로 탈바꿈한 박신혜가 만들어낸 쫄깃하면서도 설렘 가득한 연기 호흡이 제대로 통했다는 의미다.
이 드라마는 사제지간이었던 남녀가 13년 후 의사 선후배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낼 예정. 그리고 지난 3회까지는 왜 유혜정(박신혜 분)이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는지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어려서 엄마를 잃은 뒤 사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유혜정이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과 담임 선생님인 홍지홍(김래원 분)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가는 모습은 따뜻함 그 자체. 좋은 사람과 좋은 기억을 만나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기획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회차였으며, 이는 곧 시청률 상승세로 이어졌다.
물론 사제지간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이나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기 위한 화재 사건, 의료사고로 인한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다소 작위적이다 싶은 상황들이 줄기차게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놓고 싶지 않은 건 근간에 자리잡은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의사들의 세계 속에서도 가득 담길 예정으로, 13년만에 다시 만나 사랑을 꽃피울 홍지홍과 유혜정의 로맨스를 기대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호연도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김래원과 박신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사 한 마디, 표정 하나만로도 시청자들을 울리는 김영애의 연기 내공은 극 초반을 너무나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여기에 이성경, 윤균상, 유지인, 문지인, 유다인 등 출연 배우들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줬다.
여기에 따뜻하면서도 싱그러운 색감을 담아내는 오충환 PD의 연출력과 깨알같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 반려견 상추의 귀여운 모습 역시 '닥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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