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농약같은 드라마!"
지난 2011년 방영된 드라마 '드림하이' 송삼동(김수현)은 고혜미(수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농약같은 가시나"라고. 빠지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빠져드는 자신의 마음을 호되게 채찍질하기 위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또 오해영'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향해 외친다. "이 농약같은 드라마!"라고.
큰 기대가 없던 시작이었다. 오랜만에 작품에 복귀하는 에릭이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를 뛰어넘는 명대사를 하게 될 순 있을지, 김아중에 최강희를 거쳐 넘어온 '그냥 오해영' 역할을 서현진이 얼마만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정도가 '또 오해영'을 향한 초반 관심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을 정도다.
평일 오후 11시, 지상파 예능과 경쟁해야하는 tvN 월화드라마의 태생적 한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시청률에 대한 기대도 내부적으로도 그리 크지 않았다. 앞서 tvN 월화극 최고시청률을 보유하고 있던 '치즈인더트랩'의 방송 전 화제성에 비할 구석도 없었던 게 사실. 그런데 '또 오해영'이 제대로 해냈다. 화제성, 완성도, 시청률까지 모두 거머쥐면서 가히 신드롬적 인기를 완성해낸 것.
확실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심이었다. 그저 미래를 보는 '초능력'쯤으로 여겼던 주인공 박도경의 능력은, 초능력이 아니라는 게 10회가 되어서야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러면서 작품은 '판타지 로코'에서 '미스터리 멜로'로 선회했다.
이미 도경 役의 에릭은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라 미리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게 정말 초능력이고 판타지였으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충분히 현실성 있고, 앞뒤가 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고 이에 대해 귀띔했던 바 있다.
그때부터 도경이 죽지 않는 결말을 위한 간절한 바람이 시작됐다. 도경이 죽냐 마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해영(서현진)은 그 남자의 사랑을 놓고 실망하고, 슬퍼하고, 죽을만큼 아파하기도 했다. "사랑해"가 아닌 고구마만 한트럭 내어주는 도경의 답답함에 시청자는 한때 '성진(권해성) 팀장과 맺어지면 좋겠다', '한태진(이재윤)과 맺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도 했다.
도경과 해영이 어긋나고, 각자 눈물을 쏟아내며 아파하는 모습에서는 TV를 보던 시청자도 돌아서 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2회를 꽉 채우고 도경이 마음을 잡고, 반복해 밀어내는 해영에게 꿋꿋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돌아섰을 때는 다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달한 로코'로 복귀했다.
27일 방송된 17회에서 마침내 모두가 무한반복해 봤던 도경의 교통사고에 대한 미래가 가까스로 바뀌면서, 도경과 해영을 비롯한 시청자까지 한숨을 돌렸다. 물론 여전히 남아있는 1회분에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길까에 대한 궁금증은 남은 상태다. 그래서 '해피엔딩 맞죠?'라는 의문의 눈동자로 28일 최종회를 지켜보게 될 시청자.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시점'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까도 있다. 주치의 순택(최병모)와 의사(우현)가 실제 현실 속 인물인지에 대한 답도 이날 그려지게 될 분위기.
'또 오해영'을 보는 시청자들은 '도경도 해영을 좋아한다'고, '태진이 망한 게 도경 탓이 아니다'고, '태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으면 안된다'고,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고 매회 다양한 바람들이 쏟아내고 있다. 그저 달달하기만 로코를 보는 것보다, 힘겨움이 몇배였던 시청이었던 건 확실하다.
'또 오해영'이 '농약같은 드라마'인 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다. 혜미를 억지로 밀어내고 싶어도 밀어낼 수 없던 송삼동의 그때 그 마음처럼, 제작진이 고구마만 자꾸 주면서 답답하게 만들거나 속상하게 해도 어느새 '또 오해영'을 완벽하게 본방사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발 끝나지만 마라. 나 심심하다 진짜!" / gato@osen.co.kr
[사진] '드림하이', '또 오해영'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