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이요? ‘시그널’ 시즌2...에 출연하고 싶어요. 제 바람을 이야기한 거예요.”
과연 ‘흥언니’다운 모습이었다. 언제나 발랄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사랑 받는 채정안이 SBS ‘딴따라’가 종영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변함없는 수다 본능을 발휘했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채정안의 성격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차기작은 아직 없어요. 물망에 오른 게 몇 개 있긴 한 것 같아요. 사실 ‘딴따라’에서 연기하고 싶었던 걸 다 못 풀어서 쉬고 싶다기보다 다음 작품에서 빨리 풀고 싶어요. 중간에 예능을 갔다가 (작품에)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채정안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딴따라’에서 딴따라 밴드와 지성의 ‘키다리 언니’ 여민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바로 전작인 ‘용팔이’와 같은 재벌녀이지만 분위기나 성격은 180도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채정안이 이전에 해왔던 캐릭터들과도 차이가 있지만 연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처음으로 힘을 빼고 연기해본 것 같아요. 이전에 영화 ‘두개의 연애’에서도 채정안이라는 사람에 가까운 연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연기가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사실 이번에는 연기하기 편한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 그동안 제가 ‘차도녀’ 역할 할 때마다 너무 힘을 주고 해서 담이 왔었는데 이번에는 담도 안 걸리고 편하더라고요. 제가 갖고 있는 호흡이나 말하는 모든 게 내 옷 입은 느낌처럼 나올 수 있게 노력했어요. 작가님이 평소에 저를 봐오면서 채정안스러운 걸 써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마음 놓고 편하게 한 것 같아요.”
‘딴따라’는 딴따라가 되고 싶은 밴드와 이들의 매니저 신석호(지성 분)를 주인공으로 연예계의 명과 암을 현실적으로 다루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연예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많이 알고 있는 현실 속 주인공, 채정안이 느낀 ‘딴따라’라는 수식어는 어떨까.
“처음 연예계에 입성한 20대에는 ‘딴따라’가 가수건 배우건 간에 통 틀어서 심하게 비하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이런 말 안 들으려면 연기를 더 잘 하거나 어떤 무대를 서도 덜 딴따라처럼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지금 들으니까 자유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내 마음이 무장해제 되는 느낌이랄까. 제 스스로 이 직업군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어요.”
지난 1996년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올해 ‘딴따라’까지 대략 21개의 드라마, 6개의 영화, 4장의 앨범을 내며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해 온 채정안. 지난 활동을 되돌아봤을 때, 대중들이 아닌 채정안 스스로가 평가하는 자신의 ‘딴따라’ 생활은 만족스러울까.
“그걸 ‘딴따라’ 쫑파티 때 깨달았어요. 제 노래를 틀었을 때 ‘이런 즐거움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20대 때에는 항상 제가 메인 스테이지에 있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스테이지가 아닌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대장이나 친구가 됐는데 그게 새로웠어요. ‘이제는 후배들이 하는 거구나. 나는 이제 그런 과정을 다 거친 선배가 됐구나’ 스스로 약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 그런 경험이 있어서 후배들을 바라볼 때 진심으로 조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때 즐기면서 잘하지 못한 것 같은데 지금 친구들은 영리하게 할 건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에 하지 못했던 걸 지금 해소하고 있어요. 그때는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특히 채정안의 ‘딴따라’ 생활 중 인상 깊은 점은 무려 4장의 앨범을 발매한 가수 출신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지난 1999년 발매된 1집의 ‘무정’은 지금까지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음반 투자사가 된다면 누구를 제작하고 싶냐는 질문에 “나를 제작하고 싶다”고 답하며 노래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거침없이 불렀어요. 락커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요즘에 느낀 건 락도, 댄스도 아니고 그냥 어반자카파 같은 정서의 느낌을 나름대로 내추럴하게 잘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컬 실력은 없지만. 기타 치면서 노래도 불러보고 싶어요. 기회만 된다면 OST도 불러보고 싶은데, 이전에 OST를 부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방송에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방송에 많이 나오는 OST를 불러보는 게 꿈이에요. 사비 들여서라도 할 거에요(웃음).”
어느새 데뷔 21년차 중견 배우가 됐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과 열정만큼은 신인 못지않았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는 비슷한 캐릭터들로 구축된 고정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작품 선택과 연기에 변화를 주기도 하며 나름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관심 없으면 모를 만큼. ‘용팔이’도 그랬고 지금 여민주까지도 정말 바위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처럼 바뀐 느낌이 있어요. 작년 예능을 했던 것도 이걸 알봐달라는 사인이었던 것 같아요. 좀 더 건강하고 밝은 캐릭터도 할 수 있고, 따뜻한 캐릭터도 할 수 있다고. 그동안은 새침하거나 도도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밝고 유쾌한 것만 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절절한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이번에 석호(지성)랑 우정으로만 마무리하면서 미친 듯이 사랑하고 금지된 사랑도 해보고 싶은 에너지가 있어요. 꾸준히 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데 와있을 수도 있는 거고.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던 채정안이지만, 영화 심지어 분량이 적은 독립 영화 출연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며, 여배우로서의 체면보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빛나는 멘트로 눈길을 끌었다.
“‘겸손해야지’라는 게 아니라 작은 역할이어도 하고 싶어서 어슬렁거리고 있어요. 워낙 남자 영화도 많고 해서 오히려 단편 영화나 독립 영화 쪽으로도 얘기하고 있는데 선배들이 출연해도 티도 안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할 걸 찾으면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jsy901104@osen.co.kr
[사진] 더좋은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