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였다.
데니안이 마흔을 목전에 둔 찰나에도 원조 아이돌로서의 ‘멋짐’을 유지했다. 특히 지오디 재결합 이후 젝스키스와 H.O.T까지 다시금 완전체로서 활동할 기미가 보이자 “우리 아직 죽지 않았다”라며 의기양양한 모습이 영락없는 그때 그 시절 활약을 상기시켰다.
“(젝스키스 재결합) 너무 좋아요. 사실 저희가 나이가 들었지 요즘 아이돌도 못하는 것도 할 수 있거든요. 요즘 아이돌 못지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12년이고 젝스키스는 16년, 전 국민적으로 향수와 추억에 젖게 만들고 아직도 저희가 뭉쳤을 때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뿌듯해요. (은)지원이 한테 ‘너무 멋있다’고 메시지도 보냈어요. 16년 만인데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사실 지오디 역시 지난 2014년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다섯 명이 재결합하며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만든 바 있다. ‘원조 아이돌’ 재결합의 ‘원조’인 셈. 결과적으로는 1세대 아이돌의 힘을 보여주며 성공을 거뒀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멤버들의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직도 저희가 주경기장을 채울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었죠. 다들 ‘예전도 아니고 주경기장은 너무 큰 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다 잘 되고 중국 투어도 잘 됐어요. 앵콜을 주경기장에서 했는데 5만 명 정도 왔었으니까. 이런 걸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요즘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큰 자부심이잖아요. 빅뱅, 엑소나 돼야 할 수 있는 건데(웃음). 저희가 다시 뭉쳐서 후배들한테 좋은 선배로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거 같아요. 저희도 그렇고 젝스키스도 그렇고 선배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죠.”
지오디는 앞으로도 계속 완전체로 활동할 뜻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각자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데니안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마녀의 성’에서 까칠한 짠돌이 백은용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성격이 강한 캐릭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촬영하기 전에 김승환 선생님이랑 얘기도 많이 하고 도움을 받아서 한 번 캐릭터를 구축하니까 120회 동안 힘든 점 없이 촬영한 것 같아요. (멤버들이 모니터 해주나) 찾아서 보는 건 아니고 보게 되면 연락하더라고요. 평소에 계상이가 많이 응원해주고 준이형도 좋은 얘기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시작은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현재 데니안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공연으로도 분야를 넓히며 연기자로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공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남다른 애착을 가지며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연극은 총 4편 했었는데 시간 할애를 많이 해야 해서 그때 이후로는 못했는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연기를 배우려고 연극을 했거든요. 같이 생활하고 호흡하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서 했는데 지오디 때 무대 했던 거랑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이라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확실히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배우와 관객이 호흡을 맞추는 작업을 할 때 제가 원했던 호흡이 오면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또 하고 싶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하고 있어요.”
어느덧 데뷔한 지 18년차, 결혼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다. 특히 멤버이자 사촌형인 박준형이 결혼하며 데니안을 비롯한 다른 지오디 멤버들의 연애나 결혼 역시 팬들의 화두에 올랐다.
“하고 싶은 마음 반, 안 하고 싶은 마음 반이에요. 부러운 것도 있는데 이상하게 주변에 결혼한 형들이 결혼하지 말라고 해서. 그래도 잘 사는 거 보면 부러워요. 내일 모레가 마흔이니까 ‘진짜 내 반려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제가 직업 특성상 괜찮은 거지 일반적으로 노총각이잖아요. (이상형은?)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까 누굴 만나면 결혼 생각을 안 할 수 없어요. 살림이나 육아까지 생각하다보니까 연애하기도 어렵더라고요. 연애를 해야지 결혼을 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네요.”
지오디의 재결합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섯 명은 마침내 해냈고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거뒀다. 하지만 데니안은 이 모든 공을 오랫동안 자신들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돌렸다. 이제는 단순히 가수와 팬의 관계를 넘어서서 동반자와 다름없는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특별했다.
“너무 고마워요. 지오디가 활동을 안 할 때는 각자 삶을 살고 열심히 살다가. 뭉쳤을 때 다시 와주는 게 저희도 약간 새로운 느낌이에요. 저희가 재결합함으로써 그들의 삶에도 좋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뭉치기 전날 SNS를 보는데 어떤 팬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삶에, 돈에 치이다가 지오디가 컴백을 해서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 같아서 고맙다’고 써놓은 걸 보고 우리가 그들을 위해 돌아온 게 잘 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다시 하길 잘했구나’ 생각했죠. 옛날처럼 힘을 주고 기운을 주는 팬들이 모이니까 너무 좋고 고마워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