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신데렐라 여주인공은 이제 웬만하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는 현재 시청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캐릭터에게 애정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한때 각광을 받았던 소재다. 멜로드라마의 ‘클리셰’로 불리기도 했다. 가난하지만 당찬 여주인공이 재벌 남주인공을 만나 인생역전을 이뤄내는 스토리. 주로 여심을 자극하는 장면으로는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끌고 백화점으로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시키는 패션쇼, 무시 받던 여주인공의 앞에 남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시기와 질투 그리고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는 장면 등이다.
늘 가난에 허덕이던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만나면서 팔자를 편다는 내용이 바로 이런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면들에 하나하나 녹아 있는 것. 즉, 여주인공의 삶은 남주인공이 아니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안방극장에 번지는 ‘걸크러쉬’ 열풍이 신데렐라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성장형 여주인공’이 환영 받는 시대다. 여주인공은 더 이상 남주인공의 재력을 통해서만 성공한 인생을 사는 의존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투철하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며 스스로 성공을 이뤄낸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에서 심보늬(황정음 분)는 부모님의 사망과 동생의 사고 앞에 미신을 믿게 된 캐릭터.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고 게다가 자신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남주인공의 물질적인 도움은 받지 않고, 옆에 있어주겠다는 응원과 위로에 힘을 얻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한 발짝 나아간다. 어찌 보면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해가는 보늬의 심지가 대단하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에서 ‘그냥’ 오해영(서현진 분)도 마찬가지. 사랑을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지만, 인생역전의 수단인 것은 아니다. 의존적인 캐릭터가 아닌 아픔을 겪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라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박신혜도 새롭게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를 통해 ‘걸크러쉬’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역은 유혜정. 학창시절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화끈한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월화극의 활기를 불러일으킨 주역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 진정한 성장형 여주인공이다.
그런가 하면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에서 오수연(성유리 분)도 각성했다. 애초부터 의존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강기탄(강지환 분)이 사라진 사이 동생의 복수를 스스로 하기 위해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것. 제2막을 연 복수를 가장 대표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라 그 변화가 반갑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 화이브라더스, tvN,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몬스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