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냉정하고 잔인하다. 숱하게 악역을 맡아왔던 조진웅인 것 같은데 왜 또 다른 얼굴이 보일까? 두말할 필요가 없는 연기력 덕분이다.
tvN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 조진웅이 다시 한 번 형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의심을 쏙 뺀, 금광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치 않는 나쁜 형사 명근이다. 그뿐인가. 그는 명근의 쌍둥이 형제 엽사 동근의 역할도 맡았다. 1인2역에 악역까지 더했다. 조진웅의 팬이라면 영화를 안 보고 못 배길 만 하다.
'사냥'은 금맥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엽사 무리, 그리고 그들로부터 소중한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추격전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연기 경력 59년의 국민 배우 안성기가 주인공 노인 기성 역을 맡았다. 그리고 조진웅이 안타고니스트로 기성의 대척점에 선 엽사 무리의 우두머리 동근 역을 맡았다.
기본적으로 '사냥'은 산이라는 배경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기 때문. 조진웅은 이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산을 뛰고 굴렀고, 폭포 안에서 추위와 싸우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선배 안성기의 체력을 칭찬하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드러냈지만 말이다.
조진웅은 그간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그중에서도 다양한 악역으로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그는 명확하게 '악역'이라고 구분짓지 않더라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탐욕적인 인간상을 잘 표현했는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판호나 '분노의 윤리학' 주연, '끝까지 간다'의 창민 등의 캐릭터가 그랬다. 가깝게는 '아가씨'의 코우즈키까지도 같은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사냥' 속 악한 캐릭터가 새롭게 보이는 것은 '시그널'의 영향이 없지 않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에서 그는 미해결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열혈 형사 역을 소화했는데, 이는 '아재 파탈'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살이 빠져 한층 더 빛난 외모, 인간적이고 순박한 캐릭터, 극과 극을 오갔던 감정 연기까지 조진웅의 이재한은 사랑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할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의 차기작 속 배역들의 줄줄이 어두운 인물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물론 각기 선택 시기가 다르겠지만 작품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의 도전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나쁜 남자'로 돌아온 조진웅이 7월 스크린에서도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사냥'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