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배구단이 드디어 일을 냈다. 한때는 3연패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들이 전국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해낸 것이다. 우리동네 배구단은 전국대회 예선에서의 2승을 통해 뭉클한 성장담과 진심 어린 응원이 주는 감동, 보는 재미까지 동시에 선사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우리동네 배구단은 전라도 광주 지역을 평정하고 올라온 나르샤 배구단과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그간 우리동네 배구단은 국내 배구계의 전설 신진식 감독의 휘하에서 김세진·문성민·김요한·한송이·김연경 등 걸출한 프로 선수들의 코칭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배구가 아닌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던 멤버들은 전국의 다양한 팀과 친선 경기를 펼치며 달콤한 승리도, 쓰디쓴 패배도 맛봤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잘 맞지 않던 호흡도 척척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덕인지 우리동네 배구단의 전국대회 첫 경기에서는 명장면이 많이 탄생했다. 우선 짜릿한 역전극이다. 1세트를 다소 허무하게 뺏겼던 이들이 강호동의 2세트 첫 서브부터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소 부진했던 구교익은 2세트에서 3세트로 가는 사이 완벽히 부활했고, 이재윤은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가공할 파워로 상대를 위협했다.
물론 이들이 범한 실책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신기하게도 실수를 하고 나면 바로 다음 합에 이를 만회했다. 특히 강남과 오만석은 범실 후 온몸을 날려가며 팀의 승리를 견인해냈다. 에이스 학진과 조타 역시 발군의 실력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결과는 역전승. 다소 아슬아슬했던 2세트와는 달리 3세트는 여유 있게 따냈다. 동대문 세종 배구단과의 2차전 역시 우리동네 배구단이 이겼다. 처음 결성했을 때만 해도 누가 이런 쾌거를 예상했을까.
우리동네 배구단이 만들어 온 이야기에는 소년 만화를 연상케 하는 성장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흔의 나이에도 손자를 응원하러 온 구교익의 조부모가 얼굴 한가득 띄운 미소는 시청자들과 같았다. 또 경기 때마다 코트를 찾는 학진의 어머니가 우리동네 배구단에게 선사한 푸짐한 만찬은 승패와 무관한 따뜻함을 담고 있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우리동네 배구단도 한 명 한 명이 전부 빛났다. 전국대회를 앞두고 이발로 각오를 다진 료헤이, 온 팔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연습에 연습을 반복한 오만석의 모습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스포츠의 힘을 실감케 했다. 우리동네 배구단은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결과와 상관 없이 즐거울 수 있는 경기를 매회 선보였다.
이제 우리동네 배구단으로서 하는 마지막 경기만이 남아 있다. 스포츠의 진면목을 보여 주며 생활 체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우리동네 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