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니? 애인있니? 그럼됐다"
김래원은 최소 '멘트의 고수'였다. 박신혜와의 13년만의 재회의 순간을 어색함도 하나 없이 단 세 마디로 달콤하게 전환시켰다. 억지스럽지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담백하고 솔직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 4회를 간단히 종합하자면, 4명의 주인공 의사들의 운명적 만남, 재회한 홍지홍(김래원 분)이 유혜정에게 건넨 '결혼했니?'(아뇨) '애인있니?'(아뇨) '그럼됐다'로 압축됐다. 솔직히 이 세 개의 문장이면 13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지홍의 변함없이 애틋한 마음이 혜정에게 십분 전달됐을테니깐.
무려 13년이라는 긴 세월은 선생님과 제자였던 두 사람을, 신경외과 전문의 선후배로 재회하게 만들었다. 헤어진 직후부터 줄곧 혜정을 찾았었다는 지홍은, 비록 지방 의대에 진학했지만 펠로우가 되어-그것도 꽤나 실력을 인정받는 서전으로- 국내 최고의 국일병원에서 한 팀을 이루게 됐다.
현역 조폭도 쓰러뜨릴 만큼 더 강해진 혜정이었지만, '맞지는 않겠다'는 일념으로 단련해온 지홍은 육탁전에도 호각을 이뤘다. 업어치기에 암바까지 시도했지만, 근력을 바탕으로 엎치락뒤치락에도 성공했다. 이어진 로맨스 자세는 보너스.
앞으로 두 사람은 가시밭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 사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진서우(이성경)이 첫 번째 장애물, 그리고 곧 유혜정을 마음에 품게 될 까칠한 정윤도(윤균상)이 두 번째 장애물이 될 전망. 뿐만 아니다.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혜정의 조모 강말순(김영애)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과, 병원 내 정치와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에도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위치다.
물론 지홍과 혜정의 로맨스가 딱히 걱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날 분명하게 드러났다. '멘트의 고수' 홍지홍이 앞으로도 심장을 저격하는 듯한 고급 멘트로, 혜정과의 관계를 숨죽이고 지켜보는 시청자를 만족시킬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없앨 다음 월화드라마 타자는 이것으로 '닥터스'로 확실하게 굳혔다. / gato@osen.co.kr
[사진] '닥터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