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자면 실존 인물일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천재 의사 이영오를 연기하는 장혁. 특유의 밀도 있는 쫀쫀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헷갈리지 말자. 장혁은 천재 의사가 아닌 노력형 배우다.
장혁의 원톱 드라마가 확실하다.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 속 그가 맡은 역할 ‘이영오’는 전개의 중심에 서 있는 극의 핵심 역할. 중간에 성격이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며 이 변화는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에 이영오 캐릭터가 얼마만큼 잘 살아나느냐가 작품성과 직결된다.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쫄깃함에 속도감까지 더해진 전개,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60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드라마. 이 안에서 장혁은 미친듯한 흡인력을 만들어내는 블랙홀이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강하게 몰입시키고 있는 것.
장혁은 특유의 연기를 통해 이영오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눈빛에서는 냉철하고 냉정한 감성,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혼란스러움 등이 임팩트있게 전달된다. 그 어떤 대사 한 마디보다 결정적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 4회에서는 이영오(장혁 분)가 병원장 신동재(김종수 분)의 죽음이 타살일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하며 계진성(박소담 분)과 힘을 합쳐 살인사건 수사를 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영오는 점점 변해간다. 영오에게 있어 병원은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살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이었다. 환자를 살리기만 하면 아무도 자신을 문제 삼지 않는 안전지대였던 것. 그랬던 그는 자신의 과오가 아니었음을 주장하기 위해서 신동재를 죽인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위해 영오는 적대적 관계를 이어온 경찰 계진성과 손까지 잡았다.
또한 영오는 석주(윤현민 분)를 짝사랑하는 진성의 병뚜껑 반지를 보고도 “못봤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그녀를 향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음을 직감케 했다. 오로지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의 통제 아래 살아왔던 그가 조금씩 ‘진짜 세상’에 마주하기 시작한 것. 변화할 수 있는 출발선인 셈.
이 같은 미세한 변화의 과정들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는 장혁의 연기와 표현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장혁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진지한 노력형 인간이다. 이른 새벽부터 먼저 사무실에 나와 연습을 한다는 것. 그 덕에 늘 함께하는 장혁의 매니저와 주변 사람들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의 대본을 달달 외우고 있다.
타고난 천재를 연기하는 그가 철저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배우라는 것이 흥미롭다. 장혁이 드라마의 핵심이 될 이영오의 변화들을 어떻게 그려낼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