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하는 ‘국수의 신’은 배우 이상엽에게 푹 빠지는 드라마였다. 분명히 복수를 다루며 조재현과 천정명의 대립각이 이야기의 큰 축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불쌍한 남자 이상엽에게 시선이 쏠렸다.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한 남자이자, 자신이 믿는 친구와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박태하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상엽은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에서 무명(천정명 분)의 친구이자 악의 축인 김길도(조재현 분)에게 묶여 있는 박태하를 연기했다. 태하는 친구이자 첫 사랑인 채여경(정유미 분)을 위해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썼고, 나락으로 빠진 후 길도의 손을 잡아 악의 도구 역할을 했다. 명이와는 어린 시절 친구로서 끈끈한 의리를 갖고 있어 길도와 명이가 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가슴앓이를 하는 남자다.
후반부 들어 태하는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김다해(공승연 분)와의 설레는 로맨스, 인생이 고달파 짠하기 그지 없는 혼동이 시청자들이 태하를 연기하는 이상엽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드라마를 보게 했다. 늘 진중하고 선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태하는 주인공인 명이와 길도만큼 높은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여기에는 태하라는 멋들어진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한 이상엽의 힘이 컸다. 극 초반부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동정심 유발 설정을 유지했던 이상엽. 사슴 같은 눈망울에 담긴 그의 혼란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고, 비중이 크지 않아도 나올 때마다 높은 흡인력을 자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이상엽이 짓는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태하의 슬픈 감정에 격하게 공감했다. 이상엽은 데뷔 초부터 부드럽게 잘 생긴 외모로 멋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국수의 신’에서 물오른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 29일 방송에서 명이를 위해 대신 죽음을 맞는 또 한 번의 희생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상엽의 가슴으로 우는 절절한 연기가 안방극장에 충격과 공감의 아픔을 안겼다.
올해 초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섬뜩한 살인마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유발했던 이상엽은 ‘국수의 신’에서 카리스마와 불쌍한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태하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특별 출연이었던 ‘시그널’에서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살인범으로 변모하며 안방극장을 놀라게 했던 그는 ‘국수의 신’ 속 주인공보다 더 강렬한 ‘숨은 주인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엇보다도 정밀한 감정 표현으로 장면마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훔쳤다. 30일 종영하는 ‘국수의 신’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상엽의 매력과 연기에 푹 빠지는 드라마였다.
한편 ‘국수의 신’은 복수를 소재로 감각적이고 흥미를 자극하는 연출, 흡인력 있는 이야기, 이상엽과 조재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 덕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국수의 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