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신’의 이상엽, 이렇게 불쌍할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희생만 하다가 떠났다. 이상엽에게 행복한 날도 없었고 사랑하는 여자와 따뜻한 연애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데 예상치 못하게 종영을 한 회 앞두고 살해당했다. 시청자들은 희생만 하고 떠난 이상엽에게 안타까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극본 채승대, 연출 김종연 임세준) 19회분에서는 무명이(천정명 분)가 김길도(조재현 분)의 실체를 폭로한 가운데 여경(정유미 분)을 위해 비밀 문건을 가지고 소태섭(김병기 분)과 거래했던 태하(이상엽 분)가 결국 소태섭에게 죽음을 맞는 내용이 그려졌다.
무명이를 비롯해 여경, 태하, 길용(김재영 분) 모두 길도를 추락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태하는 혼자 움직였다. 태하는 길용이 여경의 부탁으로 가지고 있던 소태섭 관련 비밀 문건을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
길용은 태하를 못미더워하며 여경이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태하는 길용에게서 비밀 문건을 빼앗았다. 이유는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 길용이 가지고 있으면 길용이 죽고 여경이 가지고 있으면 여경이 죽는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갔다. 친구를 위해 자신이 위험한 길을 택한 것.
태하는 비밀 문건이 아니래도 지금까지 친구들을 위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았다. 줄곧 태하는 ‘짠했다’. 태하가 그 어떤 캐릭터보다 더욱 짠하게 느껴지는 건 이상엽의 애처롭고 슬픈 눈빛과 절제하는 감정 때문. 무명이, 여경, 다해(공승연 분)를 볼 때도 이상엽의 눈빛에서는 슬픔이 느껴진다. 그런 그가 스스로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다니, 시청자들은 태하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태하는 여경이 함께 힘을 합쳐 같이 싸우자고 한 말도 듣지 않고 소태섭을 찾아가 비밀 문건을 보여주고는 빼앗지 말라고 경고하고 여경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는 죽는 것밖에 경우의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도 태하가 죽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이날 태하가 다해와 이전보다 더 좋은 분위기로 데이트를 하고 키스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듯 했다. 그러나 태하가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건 복선이었던 듯하다.
소태섭이 다해를 납치해 태하에게 비밀 문건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 태하는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되는 건 생각하지 않고 소태섭에게 갔다. 태하는 다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는 죽음을 직감한 듯한 말을 하고 끊었다. 이어 태하가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비쳐졌다. 끝까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다 죽은 태하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수의 신’에서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태하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나갔던 이상엽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태하가 끝까지 살아남아 마지막 회에서 길도에게 완벽하게 복수하고 친구들과 다 같이 웃는 해피엔딩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쉽기만 하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국수의 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