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공백을 깨고 아이언이 신곡을 냈다. 방송계 이면, 저작권법 꼬집기, 사회 비판 등 정의로운 랩 가사로 가득 채웠다. 이슈몰이가 목적이었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언은 지난 4월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 송치, 불구속 입건됐다.
3개월이 채 안 돼 슬쩍 복귀한 셈이다. 자숙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려운 시간이다. 오히려 30일 낸 신곡 '시스템' 작업에 집중한 기간이 아닐지 의뭉스럽다.
무엇보다 의도가 보이는 랩 가사가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사회 비판조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고 싶었던 것일까?
"죽은 채 보냈지 내 1년/ 방 한 켠 날 밀어 넣어/ 소리 없는 비명", "문득 마주한 거울 앞/ 어느새 망가져있는 나/ 이미 예견된 내 몰락/ 어디서부터 이리 된 걸까/ 갑작스러운 인기 탓인지/ 아님 처음부터 이 길이 아닌지/ 내 배 때지가 부른 것 인지"
앞서 아이언은 호기심에 대마초를 피웠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번 랩 가사에서 그는 환경을 탓하며 자신의 실수를 정당화하고 있다. 엠넷 '쇼미더머니3'를 통해 얻은 대중의 큰 사랑이 본인에게 독이 됐다는 건가.
"가수들은 X녀들 마냥/ PD 앞에 한 줄로 서/ 눈웃음 치며 다음 밥줄을 서/ 개 X 같은 저작권법에/ 가수의 권리란 죽은 지 오래/ 이미 견고히 굳어 악순환을/ 반복하는 이 시스템의 노예"
아이언은 동료 여가수들을 몸 파는 여자로 비꼬았다. 마치 본인이 가수들을 대표하는 듯 전체의 권리를 들먹이며 불합리한 시스템을 저격하기도. 스스로 깨끗한 래퍼가 이런 가사를 썼다면 정의의 사도 같아 보였겠지만 아이언은 아니다.
"청탁을 받는 기자와 경찰/ 작성된 명단 그들의 정사/ 타이밍에 맞춰 터지는 폭탄/ 언론의 커튼 뒤 숨은 공작/ 스캔들에 휩쓸리는 대중/ 네 눈을 가린 우민정책들/ 찬양하라 박정희 김대중/ 네 자신도 몰라 네가 세뇌된 줄"
힙합의 매력은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멋스럽고 세련되게 풀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언은 자신의 보호막, 혹은 마케팅으로 센 가사를 쓴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난 더 이상 잃을 것도/ 더 이상 믿을 것도 뵈는 것도 없지/ 싸늘해진 네 뒤통수/ 이건 1년을 벼른 복수/ 기대해라 내 모든 적들/ 끊어줄게 이렇게 너네 목숨"
스스로 자초한 범법 행위인데 아이언은 누구에게 복수를 하겠단 걸까? 고고한 선비는 주위 탓을 하지 않는 법. 아이언의 변명과 남 탓 일색의 '시스템'이 대중은 불편하기만 하다.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을 장악한 아이언이다. 이슈몰이에는 성공했지만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일에는 실패한 듯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폴라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