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고 해서 부모 자식 간 인연이 끊어지는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만날 것이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KBS1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진행을 맡은 지 정확히 18년 만의 하차다.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콘트롤하며, 보통의 날처럼 예쁘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30일 생방송된 ‘아침마당’에서 “18년 하고도 보름 동안 서왔던 이 자리를 떠나게 됐다”라고 끝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18년이라는 시간은 아이가 태어나 크게 성장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저를 이만큼 키워준 KBS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며 그동안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정중히 작별을 고했다.
1989년 KBS 16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이금희는 2000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프리 아나운서로는 보기 드물게 친정인 KBS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아침마당’은 물론 KBS 쿨FM ‘사랑하기 좋은 날’의 DJ로 활동하며 재직 시절 못지않게 큰 사랑을 받았다.
소위 ‘간판 아나운서’로 불리며 단정한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로 교양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여전히 현역에서 자리를 지키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금희의 장점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지는 방송에 대한 사랑과 열정, 깔끔한 진행 능력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청의 자세를 지녔다. 이는 옆에 있는 후배 윤인구 아나운서는 물론 출연했던 모든 강사들도 인정한 바다.
진행력을 무기로 한 이 아나운서는 일찌감치 프리랜서로 독립해 성공한 케이스다. 비교적 조용한 아침 토크쇼는 물론 시끌벅적한 무대에서도 탁월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에 DJ 역할로 출연하거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 라디오 등 자신의 장점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에서 매력을 발산하며 자신의 영역을 꾸준하게 구축해왔다. 그녀의 말대로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KBS 공채 33기 엄지인 아나운서가 이금희의 뒤를 잇는다./ purplish@osen.co.kr
[사진] ‘아침마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