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재미를 터뜨리지 못했던 출연자도 제작진의 ‘마법의 편집’을 거치고 나면 달라진다.
스타들의 개인 방송인 ‘마리텔’은 웃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예능인도 있지만 장기와 재주, 그리고 시청자들과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출연자들이 더 많다. 그래서 재미의 기복이 상당하다. 어떤 회차는 모든 출연자가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어떤 회차는 제작진의 재기발랄한 편집이 가해져서 겨우 평균적인 즐거움을 만든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방송이 ‘마리텔’에 필요 없지 않다. 어떤 방송은 작정하고 웃길 수도 있고, 어떤 방송은 유익한 정보 제공이 될 수 있고, 어떤 방송은 스타의 반전 매력을 발견하는 방송일 수 있다. 특히 가공이 되지 않은 생방송에서 재미가 없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이 펼쳐진다고 해도, 본 방송에서는 지루한 그 자체만으로도 부각시키는 구성의 멋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구영준 작가, 제작진과 상의하는 순간도 고스란히
사진작가 구영준은 미국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 피플’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구 작가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무명에 가까운 인물인 것이 사실. 더욱이 홍대 길거리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촬영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는 크게 시선을 끌만한 요소는 없었다. 구 작가의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 그리고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스태프가 모델로 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이 어색하게 펼쳐졌다. 제작진은 급기야 구 작가가 생방송 중 제작진과 앞으로의 방송을 어떻게 꾸려갈지 논의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냈다. 구 작가가 카메라 앞에서 사라지는 일명 ‘탈주 방송’을 하는 모습을 담아 재미 없는 순간도 돌발상황으로 여기며 재밌게 전달했다.
방송사고→짜증으로 재미, 예능대부 이경규의 노련함
이경규는 ‘마리텔’에서 오디오가 들리지 않거나 화면이 끊기는 방송 사고로 인해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야외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일이 많은 이경규. 전반전 내내 이어진 방송 사고는 채팅창에서 제작진을 찾아대는 네티즌의 거센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경규는 제작진을 향해 일부러 짜증을 내면서 재미를 선사했고, 제작진 역시 방송사고 당시의 화면을 본 방송에 그대로 내며 악재를 호재로 만들었다. 제작진이 현장에서 직접 찍은 ‘클린 영상’과 인터넷에 공개됐던 방송사고 가득한 영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생방송에서 방송 사고로 인해 이경규가 도무지 무슨 방송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고 재미가 없었다면, 본 방송은 이경규의 대처와 어지러운 화면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노잼”에 기죽은 박명수를 보는 즐거움
박명수는 예능인인 까닭에 무조건 웃겨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허나 그가 준비한 방송은 디제잉 방송이었고, 당연히 웃음 위주가 아니었다. 네티즌은 재미 없다는 의미로 ‘노잼’을 쏟아냈고 박명수는 잔뜩 기가 죽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거나 유행 지난 개그를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리텔’ 어렵다”는 말만 남긴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또 다시 굴욕을 당했다.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웃음 장례식’을 치른 것. ‘무한도전’은 ‘마리텔’에서 굴욕을 당했던 박명수를 놀려댔고 ‘마리텔’ 제작진이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두 프로그램이 연계해서 재미를 만들어냈다.
라디오를 듣는 기분, 한예리
한예리는 무용 소개 방송을 했다. 자신의 장기를 펼쳐놨는데, 문제는 인터넷 방송을 즐겨하는 젊은 네티즌을 끌어당기기에는 너무 정적이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본방송에서는 뜨거운 반응이었다. 한국 무용의 아름다운 선을 소개하는 한예리의 미모가 돋보였던 것. 동시에 조근조근 라디오 DJ마냥 이야기를 하는 한예리의 소통 역시 재밌었다. 네티즌과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냈고 꽤나 조리있게 말하는 솜씨가 강조됐다. 한예리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마리텔’ 제작진의 오디오 방송을 보는 듯한 편안한 그림을 만든 편집이 이 같은 즐거움을 높였다.
거칠지 않아도 눈길이 간다, 유민주
제빵사인 유민주의 방송은 철저히 정보 제공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유명한 저명인사는 아니었던 유민주는 ‘마리텔’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면서 선하고 긍정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말투는 자극적이지 않았지만 귀여운 애교가 담겨 있었고 재미 없다며 ‘노잼’ 댓글을 올리던 네티즌을 정화시켰다. 특히 목소리 때문에 ‘염소 누나’라는 별명을 얻고도 네티즌의 댓글을 일일이 읽으면서 대화를 이어갔고, 은근히 흥미진진한 방송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출연 때부터는 스태프와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고 특히 도우FD와는 로맨스 흐름을 만들어 네티즌의 응원 속에 방송 속 ‘가상 연인’ 같은 느낌을 안기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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