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해영을 다독여 주고 싶어요. '잘 견뎠다'고."
정말 '엄친딸'이 맞다. 인형 같은 외모, 가녀린 팔다리, 거기에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금해영'이다.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외모도, 실력도 남부러울 것 없는 예쁜 오해영 역할을 연기한 배우 전혜빈의 이야기다.
전혜빈을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이제야 홀가분하다"며 밝은 미소를 짓는 그에게서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해 보였다.
-촬영 내내 미움받느라 수고 많았다
"안 그래도 초반엔 예쁜 해영이를 미워하는 시청자가 야속할 정도였다. 하지만 뒤늦게 사연이 밝혀지고 뒤늦게 제 편이 생기면서 부담감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됐다. 감춰진 아픔, 사연 등이 밝혀지니까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전혜빈이 생각하는 예쁜 해영이는 어떤 여잔가
"보통 오해영이 가진 긍정적이고 솔직한 면모, 단란한 가정 배경 등에 열등감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갈구하고만 살았지, 사랑을 주려고는 안 했던 캐릭터랄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 해영이가 보통 오해영이 사람을 사랑하는 걸 보며 본인의 약점도 극복하고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고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감독님과 작가님이 '또 오해영'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난다. '이 드라마에 악역은 없다'였다. 그래서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땐 미련 없이 내 몫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악역이 아닌 덕분에 캐릭터에 힘이 덜 실린 거 같기도 하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고 마지막 장면(오해영-박도경 결혼식)에 함께 나오고 싶었는데 못 나와서 속상하다."
-예쁜 해영이의 대사 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많이 한 대사가 '술 한잔하자'였다.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 했는지(웃음). 생각해 보면 굉장히 가슴 아픈 대사라고 생각한다.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예쁜 해영이의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에 굶주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릭과 서현진, 함께 연기해보니 어떤가
"사실 (서)현진이와 나는 지난 2002년도에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 둘 다 망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웃음). 에릭 오빠는 나나 현진이에게 하늘 같은 선배였고. 에릭은 함께 일해보니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다. 현장 스태프와 배우를 살뜰히 챙겨서 인기가 많았다. 현진이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속이 깊다. 내가 촬영 내내 캐릭터에 빠져 우울한 모습을 보이니까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줬다. 9월에 서현진-천우희와 함께 남미 여행을 계획 중이다."
-배우 전혜빈과 예쁜 오해영, 닮은 부분이 있다면
"어릴 때 데뷔를 해서 활동하는 기간 내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간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기에 어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뭔지 잘 기억하고 있다. 오해영과 닮은 점이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내 감정에 솔직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연애를 시작하기까지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웃음). 한 1년 정도? 쉽게 마음을 줄 수 없는 거다. 그런데 보통 오해영을 보면서 상대를 재고, 따지고, 짜게 굴 거 없이 펄펄 뛰면서 있는 힘껏 사랑을 하는 게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또 오해영'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줬다."
-본인이 연기한 '금해영'에게 한마디 하자면
"'잘 견뎠다, 성장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외로움과 슬픔을 느꼈던 만큼 성장했을 테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전해주고 싶다." /sjy0401@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