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는 삼십대에도 여전히 '톰보이' 같은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는 배우다. '철없이 살면 늙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 배두나를 만나기 전, 왠지 모를 선입견을 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4차원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하지만 30일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관련 인터뷰를 위해 OSEN과 만난 배두나는 소신이 뚜렷하고 솔직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매력녀'였다. 연기 경력만 20년에 가까운 이 여배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의 시즌2 촬영차 약 4개월째 전 세계 16개국을 돌고 있던 중 드라마의 인터뷰를 위해 잠시 귀국했다. 곧 런던으로 출국해야 한다고.
"촬영 기간이 7개월이에요. 그래도 이 정도면 빨리 찍는 편이에요. 저희가 16개국을 다니거든요. 재작년에는 9개, 10개국이었는데 이젠16개국으로 늘어났어요. 시즌1이 '센스8'의 능력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면 2에서는 활용을 해요. 액션신이 많아지고, 서로가 남의 스킬을 쓰잖아요? 그걸 엄청 활용하죠."
이후에도 배두나의 '센스8' 시즌2 관전포인트 소개는 이어졌다. 그는 "우리를 쫓으려는 무리가 있어요. 그들에 대항해서 우리가 능력 발휘를 하면서 재밌는 일이 생기고, 열여섯 군데를 돌아다녀요. 저희로선 좋죠. 전 감옥에 있는 역할이라 어딜 가도 유니폼처럼 죄수복을 입고 있어요."라고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낯선 나라에서 말도 잘 안 통하는 제작진, 배우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외로울 법도 했지만, 배두나는 오히려 힘들 게 없다고 했다.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영어 문제는 치열한 연습과 공부로 어느정도 해결했다. 배두나가 촬영을 하는 미국 드라마 현장에는 통역이 없다.
"통역은 원래 '클라우드 아틀라스'부터 안 썼어요. 일본 영화를 하면서 느낀 게 통역이 있으니까 감독님이 시간이 없고 하면 통역한테 얘길 해요. 저에게 얘기를 안 하시고요. 사실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뜻으로 얘기하는지, 날 보고 얘기해야 전달이 되는데, 통역하는 분이 와서 얘기하는 게 싫더라고요. (생략) 감독님이랑 소통하는 게 좋아요. '클라우드 아틀라스' 때도 영어 못하지만, 통역 안 쓰겠다고 했어요."
또 하나, 어려울 수 있는 점은 역시 낯선 환경에서 전혀 다른 매체, 미국 TV드라마를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배두나는 벌써 몇해째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이 배두나를 이토록 용감하게 만들었을까? "부딪치면 빨리 는다"는 식의 모험 정신도 모험 정신이었지만, 과거의 영화를 찍은 경험이 그에게 용기를 줬다.
"이보다 더 힘든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하면 지금 겪는 것들이 어릴 때 다 겪어 온 것들이에요. 트레이닝으로 치면 맨손으로 탁구 치는 게 힘들었고요, 6개월간 하루 4시간을 맨손 탁구를 쳤거든요. 그 때 양궁을 배우고, 탁구를 쳤고, 20살 때 이미 누드 신도 다 경험해봤어요. '복수는 나의 것'으로요. 그래서 요즘엔 영화를 찍어보고 어려운 게 없어요 별로. 어려우면 신나요. 중독성 있고요."
현재 배두나는 하정우와 함께 한 재난 영화 '터널'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다행인 것은 '터널'의 개봉 기간에 '센스8'이 한국에서 촬영을 한다는 점. 곧 '터널'로 만나게 될 배두나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