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드라마 '센스8'은 하나의 시즌을 촬영하기 위해 7개월간 장장 16개국을 오가야 하는 방대한 작품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여덟 명의 사람들이 공간을 초월해 서로의 감정, 생각의 공유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 배우 배두나가 출연하는 '미드'로도 유명하다.
배두나는 재작년인 2014년 처음 '센스8' 촬영에 합류했고, 당시 7개월간 10개 나라를 돌았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의 문제부터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많았지만 직접 부딪히며 하다보니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통역없이 부딪히면 빨리 느는 것 같아요. 그런 욕심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시작하면 확실히 달라요. 혼자 가야 해요. 혼자 가서 혼자 부딪히고. 잠깐 1, 2년 괴로워도 그게 나아요. 대사 외우는 거랑 말하는 게 다르잖아요? 친구를 만들어 말을 계속 연습했어요. 대사를 소화할 때 내 말로 해야 하니까요. 런던에 가서 선생님을 두고 따로 공부도 했었어요."
통역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감독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린다린다린다'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 등 일본 영화를 찍던 당시 감독이 급할 때 자신이 아닌 통역에게 말을 먼저 하고 전달받았던 점이 불편했다. 말을 잘 몰라도 직접 소통을 하는 편이 배우로서는 더 좋았기 때문이다.
워쇼스키 자매와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첫 인연을 맺고 영화 '주피터 어센딩'을 거쳐 '센스8'까지 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여러 감독을 만나고 함께 해 온 배두나에게 워쇼스키 자매 감독 만이 갖는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일단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몰라요. 현장에서 모든 게 바뀌고, 대사도 바뀌고요.(웃음) 저는 제2외국어잖아요. 대사를 갑자기 바꾸면 언어 훈련이 엄청돼요. 집에서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대사 바뀔 수도 있으니 그냥 안 외워요. 현장에서 어떤 작은 사물 하나에도 영향을 받아 바꾸시는 분들이거든요. 또 다른 감독님들은 '디렉터스 체어'에 앉아 모니터를 보시는데, (워쇼스키 자매는) 단 한 번도 그렇게 본 적이 없으세요. 계속 못 앉고 서 계시죠. 그러니 스태프들이 불평할 수 없어요."
현재는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9월까지는 계속 '센스8' 촬영을 해야한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로케이션 촬영을 해야 하기에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8월에는 영화 '터널'의 개봉도 앞둔 상황. 다행히 '터널'의 개봉 시기에는 '센스8'이 한국에서 촬영한다.
"(인터뷰가 끝나면) 다시 런던에 가야해요. '센스8'을 9월까지 찍고 '터널'은 그 중간에 개봉합니다. '터널'은 올 초에 끝났는데 이제 개봉하게 됐어요. 우연히 '센스8' 서울 촬영분이 있는 때 '터널' 개봉이에요. 다행이죠.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일정을 소화했을텐데 말이에요." /eujenej@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