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라던 랩몬스터도 ‘윤아교’ 신도를 자처했다. ‘듀엣가요제’에서 20년차 베테랑 가수 김윤아가 파트너 채보훈과 펼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덕이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쏟아진 기립박수에서는 신도가 급증하는 소리까지 섞여 들렸다.
김윤아는 지난 1일 방송된 MBC ‘듀엣가요제’에서 파트너인 대학생 채보윤과 듀엣을 꾸렸다. 이날 방송의 대미를 장식한 두 사람이 고른 곡은 빅뱅의 ‘IF YOU’. 의외의 선곡은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이들은 록 감성으로 맺어진 찰떡 호흡으로 기립박수까지 이끌어 냈다.
김윤아는 등장부터 여유로웠다. 그는 “‘듀엣가요제’에는 일반인이 출연하기 때문에 치열함과 순수함이 있다”며 프로그램 출연 동기를 밝혔다. 득표나 우승에 무관하게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기 위해 나왔다는 말로 들렸다.
함께 ‘듀엣가요제’의 뉴페이스로 등장한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는 김윤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촬영 직전 김윤아의 ‘새’를 듣고 있었다는 그는 “과거 (김윤아)선배님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 놨던 적도 있다”며 수줍은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는 김윤아가 데뷔 이래 20년 동안 부침 없이 활약해 온 ‘가수들의 가수’임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윤아는 그가 선택한 파트너 채보훈과의 첫 만남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경하던 가수의 급방문에 긴장한 채보훈에게 “그냥 서클 누나라고 생각하라”며 격려하는가 하면, 그의 노래를 듣고 나서는 터프하게 듀엣봉을 건네 ‘걸크러쉬’를 유발했다.
모두의 기대 속에 김윤아와 채보훈은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지난 주 우승을 거둔 허영생 팀을 누를 정도로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한 나윤권 팀이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때 김윤아는 자신 혼자 무대에 오른다면 잘 할 수 있지만 채보훈과 함께 올라야 하기 때문에 걱정스럽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에 후배 성시경도 경의를 표했다.
두 사람에 의해 짙은 록 느낌으로 재탄생한 빅뱅의 ‘IF YOU’ 전주가 흘러 나오자 청중평가단과 출연진은 전율했다. 팔을 감싸 안으며 소름이 돋았음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대가 끝난 후 모두가 일어나 김윤아와 채보훈에게 박수를 보냈다. 443점이라는 고득점을 얻은 이들은 이날의 우승자가 됐다.
‘마녀’라 불릴 정도로 매혹적 음색과 카리스마를 지닌 김윤아의 무대에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극찬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가 없다던 랩몬스터까지 ‘윤아교’로 개종시킨 김윤아의 ‘듀엣가요제’ 장기 출연이 점쳐진다. 가창력부터 노련함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던 그의 열창은, 어쩌면 ‘복면가왕’의 음악대장 만큼의 전설로 자리매김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주기 충분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