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역을 맡든 멋지지 않은 때가 없었다. 배우 김혜수는 연기 인생 30년간 여러 인물로 변신했고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대중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혜수는 유독 유행어가 많은 여배우다. 작품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오랫동안 회자된 유행어들은 그가 배우로서 얼마만큼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창조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김혜수의 유행어 다섯 개로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대표작을 정리해봤다.
1. "나 이대 나온 여자야"_'타짜'(2006) 정마담
영화 '타짜'는 배우 김혜수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 층 넓여준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에서 김혜수는 화투판의 설계자 정마담 역을 맡았는데 요염한 분위기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적이고 선한 이미지가 강했던 김혜수는 정마담 역할을 통해 섹시하면서도 속물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구현해냈고 조승우 못지 않은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는 욕망과 허영심이 가득한 정마담 캐릭터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며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다.
2. "엣지 있게"_ '스타일'(2009) 박기자
"엣지 있게"는 2000년대 후반 몇 년간 유행어로 큰 인기를 누렸고, 이제는 어떤 스타일을 설명할 때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승격(?)됐다. 그리고 이 용어가 처음 인기를 얻게 된 것은 SBS 드라마 '스타일' 때문이었다. 김혜수는 '스타일'에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패션 잡지 편집차장 박기자 역으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메릴 스트립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 '차도녀'의 전형 같았던 김혜수는 매력이 넘쳤고, 시청자들은 '김혜수를 보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 카리스마에 열광했다.
3. "톡 쏘는 게 성격이 X같은가 보지"_'도둑들'(2012) 팹시
'도둑들'은 김혜수를 천만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첫 작품이다. '타짜'에서 인연을 맺은 최동훈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잡고 '도둑들'에 합류한 김혜수는 금고털이 팹시로 분해 극 중 줄 타기 전문 예니콜(전지현 분)과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며 즐거움을 줬다. 예니콜은 팹시에게 왜 이름이 팹시냐고 물어보는데, 이 때 팹시는 매우 '쿨'한 태도로 "톡 쏘는 게 성격이 X 같은가 보다"라고 받아친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유행어로 여겨지는 것은 팹시에 대해 "어마어마한 X년 같다"고 표현하는 예니콜의 대사인데, 이 역시 팹시와의 신경전이 엿보이는 말로 웃음을 줬다.
4. "~합니다만?"_'직장의 신'(2013) 미스김
미스김은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새로운 스타일의 여자 주인공이었다. 로맨틱한 면모를 조금도 찾을 수 없는 미스김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칼 같이 해내는 능력자였고, 수당 없는 업무와 야근을 거부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기를 팍팍 죽이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무엇보다 미스김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합니다만"으로 끝나는 특유의 도도한 어투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 당시의 유행어로 등극했다. 아직 tvN '미생'이 등장하기 전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큰 공감 속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 받았고, 김혜수는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5. "박해영!"_'시그널'(2016) 차수현
이제 tvN 드라마 '시그널'은 김혜수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형사와 미래의 프로파일러가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게 되고 함께 미제사건을 풀어간다는 콘셉트 속, 김혜수는 현재 프로파일러 박해영의 상사이자 과거 형사 이재한의 후배 차수현 역을 맡았다. 차수현 배역의 특별한 점은 캐릭터의 20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김혜수 한 사람이 연기했다는 것인데, 김혜수는 둘 사이 세월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며 '갓혜수'라는 찬사를 받아냈다. 이 드라마에서 차수현은 끝없이 박해영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자체로 유행어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하 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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