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그랬다. 뭐든지 혼자 해낼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김혜자와 고두심이 예전과는 달리 늙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어려운 감정은 두 사람의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제 단 1회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 지난 1일 방송된 15회에서는 치매에 걸린 희자(김혜자 분)와 간암 말기인 난희(고두심 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병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두 사람의 주변인들 역시 모두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위로했다.
먼저 희자는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격렬히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민호(이광수 분)은 그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집안 구석구석 잠금장치를 설치하며 혹시나 벌어질 수 있는 위험사태에 대비하며 그에게 치매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에 희자는 자신을 찾아온 정아(나문희 분)에게 “민호가 나를 바보 취급한다”며 분노를 드러냈지만, 정아는 “혼자 할 수 있었어. 지금은 아니고”라며 그에게 병을 인정하도록 설득하고 위로했다. 결국 희자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오열했다.
반면 난희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위로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앞에서 더 괜찮은 척, 건강한 척하며 미소 지었고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정아와 충남(윤여정 분)에게도 “할 말 없으면 그냥 끊는 거다. 병실에서 보자”라며 그들을 달랬다.
하지만 그 역시도 암이 두려웠다. 난희는 희자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의 집을 찾아가 “언니가 나보다 낫다 생각해. 나는 언니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할게. 우리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 병자끼리 있으니까”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위로했다.
이처럼 희자와 난희 역을 그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김혜자와 고두심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먹먹함 역시 배가 되고 있다. 방영 전부터 ‘시니어벤져스’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모인 만큼, 눈물바다가 예고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슬프고 애절한 연기에 차라리 ‘발연기’라고 해줬으면 할 정도.
특히 이날 방송에서 수술에 들어간 고두심의 생사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방송되는 마지막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고두심은 딸 고현정의 곁에 남을 수 있을지, 또한 김혜자는 치매를 이겨낼 수 있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