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본부 소속 PD들이 웃음기 충만한 해맑은 매력을 자랑했다. 긴장하고 꾸미지 않은 솔직한 입담은 웬만한 예능인보다 웃긴 상황을 만들어냈다. 김태호 PD가 악마 선배라는 조연출부터 카메라 앞에서 잔뜩 긴장해 선배 PD에게 직언을 해야 하는 ‘능력자들’ PD, 발연기를 하는 ‘무한도전’ 수장인 김태호 PD까지 연출이 장기인 PD들이 웃음까지 책임졌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유재석과 박명수의 극명하게 다른 성격과 행동을 분석하고, 두 사람의 인생으로 살아보는 상황극이 펼쳐졌다. ‘무한도전’ PD였다가 최근 ‘능력자들’로 자리를 옮긴 박창훈 PD가 박명수의 지시대로 박명수처럼 행동했고, 박명수가 유재석의 지시대로 유재석처럼 말을 했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완전히 다른 성격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던 특집이었다. 무엇보다도 MBC 예능본부 PD들이 대거 출연했다. 지난 해 연말 연예대상에서 김태호 PD 대신 무대에 올라 긴장한 나머지 버벅거리는 소감으로 재미를 안겼던 박 PD는 박명수의 짓궂은 장난 속 선배이자 MBC 예능 부국장인 권석 PD에게 직언과 장난을 쳐야 했다.
권석 부국장이 당황하면서도 웃으면서 박명수의 장난을 받아주긴 했지만, 이를 따라해야 하는 박 PD는 입사 10여년 만에 가장 당황했다고 진땀을 뺐다. 박 PD가 어색한 연기로 박명수를 따라하는 모습은 웃겼다. 동시에 일명 ‘영혼 없이’ 박 PD의 직언을 받아주는 권 부국장의 교과서를 읽는 듯한 말투 역시 웃음을 안겼다.
‘진짜사나이’ 김민종 PD는 지난 해 연말 ‘무도 드림’ 특집에 이어 또 다시 박명수 섭외와 얽히며 ‘예능계 저승사자’ 캐릭터를 굳혔다. 박명수가 유재석의 지시에 따라 ‘진짜사나이’ 출연을 약속해야 했던 것. 박명수가 억지로 말을 내뱉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출연 계약서에 확약까지 하며 박명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이 깔아놓은 웃음 밑밥을 덥석 무는 예능감을 보였다.
그에 앞서 유재석의 성격을 알아보는 실험카메라에서 운전을 못한다는 이유로 끌려나온 조연출인 김부경 PD는 유재석에게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 엑소 콘서트 티켓을 확보하는 게 급하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또한 긴장한 나머지 유재석의 배려에도 당황하고, 선배인 김태호 PD가 악마라며 “상사는 때리는 게 아니지만...”이라고 말을 잇지 못해 큰 재미를 안겼다. 해맑게 선배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엉뚱한 성격을 드러내는 김부경 PD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김태호 PD도 일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늘지 않은 어색한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 릴레이툰 특집에서 ‘무한도전’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등장해야 하는 김태호 PD는 어색한 목소리 연기를 이어갔다. 발전이 없는 발연기에 대한 멤버들의 비난과 김태호 PD의 로봇을 보는 듯한 목소리 연기는 이날 방송 내내 이어진 예능 PD들의 활약에 방점을 찍었다.
예능프로그램은 새로운 캐릭터,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돌발상황을 만드는 것을 즐겨 한다. 예능인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시청자와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예능 감각 있는 PD들은 돌발상황과 새로운 캐릭터 확보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활용하기 좋은 장치다. 유재석으로 살기와 박명수로 살기라는 특집에서 빛난 것은 유재석과 박명수의 극명한 성격 대립이 아니라 웃음을 만드는 최전선에 있는 연출자들의 진솔하고 해맑은 매력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