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 작가의 인생작이 틀림없다. 이는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가 지난 2일 이보다 아름다운 결말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 드라마는 신구, 김영옥, 나문희, 김혜자, 주현,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등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대배우'들이 총출동하고, 고현정이 무려 막내라는 점 때문에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주고 읽냐"는 박완(고현정 분)의 말처럼 '디마프' 역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 조인성과 이광수가 특별출연을 하기는 했지만, 소위 말하는 한류 스타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작품이 아닐 뿐더러 나이 많은 일명 '꼰대'들의 이야기가 과연 요즘 세상에 통하겠느냐는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였음을 첫 방송부터 제대로 각인시켰다. 불륜, 가정폭력, 치매, 암 선고, 장애 등 분명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이 즐비했음에도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유쾌했고 또 진정성이 넘쳤다.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났던 남편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더욱 딸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난희(고두심 분)가 딸 박완과 화해하는 모습은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이렇게 가부장적인 남자가 있을까 싶었던 꼰대 중의 꼰대 석균(신구 분)이 보여줬던 그만의 부정 역시 큰 감동을 안겼다. 분명 그 표현 방식은 너무나 서투르고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딸을 위해 앞뒤 안 가리고 폭주를 하던 모습은 아버지의 무게를 느끼게 할 정도로 시큰했다. 그리고 조금씩 아내 정아(나문희 분)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해가는 모습은 눈물을 거두고 미소를 짓게 하는 이유이기도.
치매에 걸린 희자(김혜자 분)를 끝까지 챙겨주는 정아부터 영원(박원숙 분), 충남(윤여정 분) 등 인생 끝자락에 함께 해주는 친구들의 존재는 위대했다.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고 싶고,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고 싶다는 낭만을 간직한 이들의 '인생 찬가'는 시청자들의 가슴 속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처음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던 박완의 내레이션은 마치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듯 깊은 여운을 남겼다. /parkjy@osen.co.kr
[사진] '디마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