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수식어나 긴 설명은 필요 없다. 그냥 ‘에릭’이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남자니까.
에릭은 요즘 여자들이 바라고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매력을 가졌다. 18년째 아이돌로 활동하며 어느 정도 정제된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신을 포장하진 않는다. 느낀 그대로 표현하며 한 발짝 내보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6년 상반기를 빛낸 남자배우를 고르자면 분명 에릭이다. 5월 초 방송을 시작해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자신의 실제 성격과 80% 가까운 음향감독 박도경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지를 끌어올렸다. 이 드라마는 에릭을 빼놓고서야 생각할 수 없게 됐다.
2년 전 방송된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 때도 높은 인기를 끌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열광적인 호평을 받으며 맹활약했다. 그의 성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한 셈이다.
에릭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카페 바르도 청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원섭섭하다. 일주일에 한 회씩 내보내고 100회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이나 ‘잘 되려니까 사소한 것도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운 좋게 얻어 걸리는 것들이 많았다”며 큰 사랑을 받고 종영하게 된 것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에릭과 박도경 캐릭터는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싱크로율로 따지면 “80%”라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아끼는 사람들을 챙겨주는 부분이 그렇다.
에릭은 “(도경은)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껏 바람둥이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멋있는 남자는 말로 늘어놓는 남자가 아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건 자신이 돋보이려 한다는 얘기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해영’은 로코였지만, 도경이 미래를 본다는 판타지 성격이 섞여있는 탓에 전통적인 로맨스라고 규정짓기는 조금 범위가 넓다. 교통사고를 당한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느끼는 도경을 소화하느라 힘든 부분은 없었을까.
“안 해봤던 거라서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도경이 죽은 후에 되돌아보는 기억이었지만, 회 차대로 봤을 때 저는 미래를 보는 초능력(?)을 표현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유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저 이외에 감독님, 작가님 등 모든 분들을 믿고 갔다. 예전엔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다 표현했었다. 헌데 지나다 보니 여백을 가지고 연기하면 음악이라든지 다른 부분으로 채워져서 좋게 만들어지는 게 보이더라. 한동현 촬영 감독님은 정말 최고다. 촬영 전에 저와 서현진의 전작을 몰아서 다 보시고 저희에게 맞는 앵글을 연구하고 오셨다.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촬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웃음)”
‘또 오해영’을 통해 ‘로코킹’ 애칭을 얻은 에릭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불새’도 감사했고, ‘케세라 세라’나 ‘연애의 발견’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는데 대중적인 사랑을 받진 못했다. 사실 시청률이 잘 나와야 저를 믿고 써주신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엔 현장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모든 게 좋았다”고 말했다.
에릭은 “‘또 오해영’은 인생작이 될 것 같다”며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로 얘기를 하는 게 다음 작품은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분위기나 모든 상황들이 이번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다. 보내기 싫다”고 했다.
배우들이 해낼 수 있는 역량은 각기 다르다. 모든 사람이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이지만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하고, 빛날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에릭에게 그 곳은 어디일까.
“로맨틱 코미디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시놉을 읽으면서 재미가 있어야한다. 이번 작품처럼 읽는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웃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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