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는 가왕에 등극하는 것보다 어려운 우리동네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 뛰어넘기가 펼쳐지고 있다. 9연승, 20주 연속 왕좌, 다채로운 선곡 등 음악대장이 이뤄놓은 성과들을 단숨에 넘어서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난 3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는 음악대장을 꺾었던 하면된다 백수탈출의 정체가 가수 더원으로 밝혀졌다. 이에 31대, 32대 가왕 자리에 올랐던 더원은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로맨틱 흑기사에 패하면서 왕좌를 물려줬다.
8인의 도전자는 토너먼트 식으로 펼쳐지는 대결에서 3번의 공연을 펼치고 최후의 1인이 된다. 그리고 나서야 가왕전에 나설 수 있다. 쉴 새 없이 3번 경연을 펼쳐야 하고, 기존 가왕을 꺾고 새 가왕이 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바로 하현우가 쌓아올린 높은 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미 하현우를 넘어서고 31대 가왕이 됐던 더원에게도 끊임없이 요구됐던 것이 바로 이점이다. 그를 넘고 올라온 만큼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이 사실.
그래서 가왕방어전에서 더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노래인 발라드 곡을 선택하지 않고 가수 아이유의 ‘좋은 날’이라는 의외의 선곡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깜짝 놀란 선곡이긴 했지만, 다채로운 선곡을 선보이기엔 3번째 무대에서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판정단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하현우가 보여줬던 다양한 선곡을 의식했기 때문. 이는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기준치는 이제 ‘가왕급’에서 ‘음악대장급’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하현우가 퇴장한 이후로 그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현재 더원에 이어 로맨틱 흑기사까지 두 명의 가왕을 배출했지만, 아직까지 하현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즉 ‘복면가왕’에서 가왕들은 이제 하현우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큰 임무를 하나 더 부여받았지만, 이것에 앞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편견에 맞서 도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복면가왕’인 만큼, 장기집권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다양한 가왕들이 탄생하는 재미도 즐기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어떨까. / besodam@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