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더 원이 '복면가왕'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화제다. 일면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떨어져서 오히려 더 화제인 만큼 더 원은 전 대중이 인정하는 실력파 가수다. 그의 탈락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데 여기에 높아진 가왕 기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는 하면된다 백수탈출과 도전자 4인이 33대 가왕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로맨틱 흑기사가 새 가왕에 등극했고, 하면된다는 가면을 벗었다. 베일을 벗은 그의 정체는,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던 더 원이었다.
선곡이 문제였다면 문제였다. 더 원은 3대 가왕 자리를 두고 가왕방어전으로 아이유의 ‘좋은 날’을 선곡했다. 파격적이었다. 도전정신과 패기가 강했지만 '아이쿠' 가사에서는 오글거림을 피하지 못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무대였다. 이는 심사위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유영석은 "아이유의 노래를 남자가 부르는게 싫었다. 그런데 하면된다는 선입견을 깬 분이다"라며 감탄했지만 김현철은 "왜 하필 아이유의 노래를 부른 거냐"라며 안타까워했다.
어쨌거나 더원의 '좋은 날'은 청중에게 흑기사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주관적 감상이 좌우하는 노래에는 객관적인 감동의 지표가 없다 할지라도,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감동의 오리지널 타입은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금 '음악대장' 하현우가 거론되고 있다. 장기집권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하현우는 이 프로그램의 오리지널 타입을 자신의 틀에서 바꾼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의 적절한 파격적인 선곡으로 하현우는 가왕의 기준이 높였다. 대중이 가왕에게 바라는 기대감을 커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정말 더 원이 자연스럽게 부담감을 안게 돼 잘못된 선택(선곡)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가왕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가왕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니까. 가왕이 장기 집권하면 장기 집권하는대로, 혹은 자주 바뀌면 바뀌는 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 nyc@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