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내뱉는 듯 하지만 그 속에 애정이 한가득이다. 정말 현실에서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말인데, 어째서인지 설렘 폭발이다. 여심을 들썩이게 하는 대사 한 마디의 힘. 이것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끄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방송 4회만에 1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4일 방송된 5회는 18.4%를 얻으며 올해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KBS 2TV에서 방송된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 성공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지상파 주중 드라마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는 반증.
'닥터스'의 이 같은 상승세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김래원의 가슴 설레는 대사들이다. 김래원은 과거 생물교사였다가 신경외과 의사가 된 홍지홍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13년만에 다시 만난 제자이자 후배인 유혜정(박신혜 분)에게 '직진 사랑법'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
김래원은 서글서글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한 행동 등을 통해 홍지홍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분명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넘쳐나지만, 김래원이기에 오롯이 납득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닥터스'의 신의 한수는 김래원 캐스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특히나 지난 4회 방송에서 홍지홍은 13년만에 재회한 유혜정에게 "결혼했니? 애인있어? 됐어 그럼"이라는 세 마디 말로 자신의 진심을 드러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안부와도 같은 질문이지만 이미 여심은 초토화된 상태. 그리고 5회에서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유혜정에게 표현했다.
그는 혜정에게 "연애세포 완전 죽어버려서 남자가 여자가 보내는 눈빛 감지 못하는 너", "널 생각하면 너랑 마지막 만났던 장면이 항상 떠올라. 그 때 널 잡았어야 했어", "이렇게 거절하는거야? 그럼 사귀는거야? 거절이야?", "다음에 다시 질문할거야. 그 땐 뭘 물어보든 무조건 예스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번도 상상한 적 없는, 이보다 달달할 수 없는 "나쁜 기집애"도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지홍의 말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혜정의 표정과 함께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제대로 움켜지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드롬급의 인기를 구가했던 '태양의 후예'와 '또 오해영'의 뒤를 잇는 '연예세포 자극' 멜로 드라마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태양의 후예'와 '또 오해영' 역시 소위 말하는 '대사빨'이 통한 드라마였다. 유시진(송중기 분)은 강모연(송혜교 분)에게 달달한 사랑 고백을 해왔는데, 이는 곧 명대사가 되어 여성 시청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오해영' 속 박도경(에릭 분)은 오해영(서현진 분)을 챙겨주며 "있던거야"라는 말을 툭 내뱉곤 했다. '츤데레'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 것. 결국 이 대사 역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물론 드라마의 성공이 대사 하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쯤되면 '성공의 법칙'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이미 명대사를 만들어낸 '닥터스'의 홍지홍이 앞으로 또 어떤 대사로 여성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지 기대가 모이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