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의 섬세한 감정이 가득 담긴 표정과 눈빛에 빙의되는 여성 시청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박신혜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복 하명희, 연출 오충환)에서 국일병원 신경외과 팰로우 유혜정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반항기 가득한 문제아로 성장한 혜정은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과 선생님 지홍(김래원 분)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성장을 거듭했다.
그리고 현재 13년만에 다시 의사 선후배로 다시 만난 지홍과 가슴 설레는 로맨스의 시작점에 서 있다. 늘 저돌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지홍과는 달리 혜정은 여전히 감정 표현에 서툴다. 지홍의 지적처럼 늘 "아뇨"라는 말이 자동반사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떨리는 눈빛과 당황한 표정만큼은 숨길수가 없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나 환자들을 대할 때는 이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싶은데 지홍 앞에서는 마치 18살 풋풋했던 고교생으로 돌아간 듯 여리고 순수해진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때, 그리고 그들을 떠올릴 때만큼은 애틋해지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이에 해당한다.
박신혜는 이런 유혜정을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는 유혜정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건 역시나 박신혜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기 때문인 것.
지난 4일 방송된 '닥터스' 5회의 백미는 혜정과 지홍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때도 박신혜와 김래원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줬다. 물론 "사랑한다"는 식의 직설적인 고백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는 지홍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혜정이다.
훅 치고 들어온 고백에 어색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그러다 결국 물이 든 컵을 엎지르며 크게 놀라하는 모습,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거듭 "아뇨"라고 답하던 모습, "다음엔 무조건 예스"라는 말을 남기고 지홍이 사라지자 또 다시 짓던 고민 가득한 표정 등은 시청자들이 혜정의 감정에 완벽히 몰입하게 하는 힘이 가득했다.
이제 막 진짜 사랑을 시작하기 직전. 당황스럽지만 싫지만은 않은, 그래서 더 두근거리고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느껴가고 있는 혜정이 앞으로 '연기 참 잘하는' 박신혜라는 배우를 통해 얼마나 더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그려질지 '기분 좋은' 기대가 앞선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닥터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