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지배'가 이렇게 설렐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조건 예스를 외치며 직진 사랑법을 보여주고 있는 김래원에 여심이 초토화됐다.
김래원은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에서 과거 생물교사였다가 신경외과 의사가 된 홍지홍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전작 '펀치'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김래원이 오랜만에 로맨틱의 정점을 찍는 유쾌하고 밝은 캐릭터를 맡아 매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홍지홍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박신혜가 연기하는 유혜정의 '키다리 아저씨'다. 하지만 우리가 기존의 드라마에서 봐왔던 전형적인 키다리 아저씨와는 상당히 다른 매력이 있다. 해야 할 말은 곧 죽어도 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절대 숨기지 않는다.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봐 늘 혜정을 학생 대하듯 가르치려 하지만, 장난기도 많아서 마치 동갑내기 친구를 보는 듯 편안함도 갖췄다.
김래원은 이런 홍지홍이라는 캐릭터를 자기 옷 입은마냥 맛깔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전작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 분명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넘쳐나지만, 김래원이기에 오롯이 납득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넘쳐난다. 이 때문에 '닥터스'의 신의 한수는 김래원 캐스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특히 김래원과 박신혜는 극중 홍지홍과 유혜정처럼 실제로도 9살 나이차가 나지만, 이것이 무색하다 싶게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시청자들이 푹 빠져드는 멜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지난 4회 방송에서 13년만에 재회한 유혜정에게 했던 "결혼했니? 애인있어? 됐어 그럼"이라는 세 마디.
그리고 지난 5회 방송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혜정에게 다가서는 지홍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 때도 지홍은 "그럼 사귀는거야? 거절이야?", "널 잡았어야 했어", "남자가 여자에게 보내는 눈빛", "다음에 다시 질문할거야. 그 땐 뭘 물어보든 무조건 예스"라는 식의 대사로 설렘을 극대화시켰다. 게다가 당황하는 혜정에게 장난스럽게 내던진 "나쁜 기지배"까지도 김래원을 통하니 '심쿵' 대사로 변모했다. '나쁜 기지배'라는 말에 설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김래원이 아니었다면 홍지홍이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대사라도 김래원이 하면 달달하고, 로맨틱해진다는 것이 그가 가진 강점이자 매력"이라던 제작진의 김래원 극찬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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