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을 진득하게 걸어온 배우다. 작은 역할이라도 쉼 없이, 그리고 꾸준히 맡아오며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게 알렸다. 최근에는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국수의 신’에서까지 맡은 역할들을 똑 부러지게 해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올해 33세, 데뷔 13년차를 맞은 배우 정유미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정유미는 이 작품에서 채여경 검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후반전의 주인공이라고 불릴 만큼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연기력과 매력을 동시에 입증해낸 바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매력적인 배우. 정유미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스터-국수의 신’ 관련 인터뷰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워낙 성격이 솔직하고 차분해 나온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롭다.
- 먼저 종영 소감이 궁금합니다.
“‘국수의 신’만 아니라 ‘육룡이 나르샤’까지 연달아 찍어서 이제야 진짜 끝났다는 느낌이 드는 거 같아요. 제대로 재충전을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그럼 느낌이에요. 다음 주부터 서핑 강습을 예약해 놨어요. 스쿠버 오픈워터 따놓고도 예쁜쁜 바다를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제주도라도 한번 다녀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 ‘국수의 신’은 만족스러웠나요?
“드라마가 처음에 받았던 시놉시스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끝까지 이야기를 그대로 끌고나가기는 힘들다라고 당연히 생각해요. 그러면서 연기자들이 실망 아닌 실망을 하기도 하고, 또 얻어가는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내 욕심만 차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국수의 신’에 들어왔기 때문에 무엇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후반에 제가 키를 가지고 활용이 되고 마무리를 지어지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결말을 두고 말들이 많았어요.
“작품이 몇 회 안 남은 시점에서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에 대한 고민이 제작진도, 배우들도 있었던 거 같아요. 서둘러지은 결말이지만, 마지막 한 장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네 친구들이 같이 웃으면서 과거 아이들과 오버랩 되는...그런 신들이 많이 들어가고 이어진 느낌이 들었으면 엔딩이 풍성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 천정명 씨가 앞서 SNS에 ‘국수의 신’에 대한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천정명)오빠랑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찍었는데..,아무래도 대본을 봤을 때도 정명 오빠 입장에서는 시놉시스와는 달라지는 부분이 주인공으로서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 촬영까지 기분 좋게 찍었는데, 아마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은 해요.”
- 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요
“뭔가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법이라는 잣대를 이용해서 길도를 처단할 수 있는 인물이 여경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냉철하고 차갑게 부딪혔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청을 받았어요. ‘다혜’는 인간미가 드러나는 캐릭터라면 여경은 복수의 과정에서 가장 힘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죠.”
-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나요.“
“후반으로 가면서 힘들었던 것이 초반에 역할이 미미해서 뒷부분이 연결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검사가 되고 나서 복수를 하는데 앞장서서 하게 되더라고요. 후반으로 가면서 역할이 커졌죠. 아무래도 역할이 검사이기 때문에 단어나 이런 게 어려웠어요. 마지막으로 갈수록 대본이 다급하게 나와서 힘든 점도 있었고요. 외우는 것 자체도 힘들었고.. 감정 신도 많고 그런 부분이 조금은 힘들었던 거 같아요.”
- 조재현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는데
“선배님도 대사가 정말 많으셨어요. 신이 너무 많으시고 대본이 급하게 나오는데도 대사 다 외우시고.. 감정을 끝까지 가져가시더라고요. 베테랑은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정말 에너지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진짜 길도 같아서 처단해야할 것 같은. 하하. 순간순간 섬뜩할 정도로 몰입돼 계셨어요.”
-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거 같은데
“한 작품이라도 더 보여 드리는 게 능사라고 생각했어요. 몇 개월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잊으실까봐. 작품이 끝날 때가 되면 쉬고 싶은데 막상 쉬면 불안하고 그렇더라고요. 여태까지는 많이 보여드려야만이 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부족한 부분을 꽉 채워서 제대로 된 뭔가를 보여드리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시기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상엽 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알고보니 저희 학교 후배더라고요. 나이는 저 보다 많으신데.. 뒤늦게 연극영화과를 가셔가지고 저한테 선배님이라고 깍듯하게 하더라고요. 성격이 너무 좋아요. 현장에서 분위기 좋게 하고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좋은 분위기가 생길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요. 저랑 나이도 비슷하고 정말 편하게 촬영 했던 거 같아요.”
- 작품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이번 작품의 아쉬운 점은..대본이 너무 급하게 나오다보니 배우, 스태프분들과 친분을 많이 쌓지 못했다는 거예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배우들인데..개인적인 친분이 좋아지면 그게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이 가까워지지 못한 부분이 조금 아쉽네요.”
- 요즘 즐겨보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보지는 않았는데, ‘또 오해영’을 보려고 해요. 조은 작품이라고 많이 이야기 들었어요. 또 저도 동명이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듣고 뭔가 공감한 것도 있고요.하하”
- 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이창동 감독님 영화를 좋아해요. 진짜 작은 역할이라도 꼭 한번 하고 싶어요. 지나가는 행인으로라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꼭 해보고 싶은 꿈이죠. 지금까지는 ‘육룡’도 그렇고 너무 비장한 역할을 했던 거 같아요. 망가지고 재미있는 거 잘 할 수 있거든요. 에너지 넘치는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 벌써 데뷔한지 13년이네요
“인터뷰할 때나 이럴 때 들으면 되게 긴 시간을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지내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체감상 그렇게 느껴지진 않아요. 아직도 어색하고..친하게 된 연기자들 많아지고 카톡에 있는 명단을 봐도 점점 인맥이 쌓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아직도 낯설 때도 많고 버거울 때도 많아요.”
- 혹시 결혼 생각도 하시나요
“아직은 결혼에 대한 감각은 전혀 없어요. 일반인 친구들은 몇 명 빼놓고 거의 다 했고, 연기자친구들이 조금 남아있는데, 그마저도 가버릴 거 같아서 무섭긴 하네요. 한 2년 안에는 하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나이 들어서 하면..아이는 낳고 싶은데 노산이 걱정되잖아요. 점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지금 누굴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뻔 하다면 뻔 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육룡’에 뒤이어 ‘국수’까지 마무리 지으면서 탈탈 털어낸 작품이에요. 저도 느끼는데 미흡한 부분 있었을 거예요. 저의 단점이나 연기자로서의 그릇을 키워서 보여드려야겠다는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테니 미흡했던 부분들은 잊어주세요. 하하.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정유미 소속사 스타캠프202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