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인생 연기라고 불러야 한다. 배우 장혁이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력으로 안방 극장에 감동을 줬다.
장혁은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극본 김태희 연출 모완일 이재훈)에서 보는 이들의 넋을 놓게 하는 자아 분열 연기를 선보였다.
이날 이영오(장혁 분)는 살인 용의자로 조사를 받게 됐다. 오랜 연인이었던 김민재(박세영 분)가 그를 심은하(박은혜 분)를 죽인 진범으로 지목, 사이코패스라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노승찬(공형진 분)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이영오의 조사를 시작했고, 이영오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그를 정서적 장애를 가진 반사회적 인물, '괴물' 같은 존재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가 시작되고 이영오는 계속되는 추궁에 "네, 제가 죽였어요 심은하 선생. 신동재 원장, 강철민 환자까지 모두 제가 죽였어요. 강철민 환자랑 신동재 원장은 제 수술실에서 그리고 심은하 선생은 병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완벽하게, 완전 범죄를 꿈꾸면서, 내가 그렇게"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노승찬은 "의사 맞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너 같은 괴물들이 힘 있는 놈으로 있으니 이 세상이 계속 지옥이 된다"고 분개했다.
반전이 이어졌다. 이영오가 "아니요 난 죽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누구도요", "나는 살인자입니다. 아니오, 나는 살인자가 아닙니다", "나는 생명을 아주 존중하는 의사입니다. 나는 생명 따위 존중하지 않는 게다가 의사도 아닙니다"라며 혼란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분열 증세를 보인 것.
심지어 그는 "나는 남자입니다. 나는 여자입니까? 나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살았습니까? 아니요 죽었습니다"라고까지 말을 이었는데, 놀라운 점은 거짓말 탐지기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이 같은 분열 연기를 통해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나한테 원한 모습이 이런 거 아니었습니까?"라고 토로한 이영오는 "나 같은 괴물이 아니어서? 당신들은 느낄 수가 있어요? 나 아닌 타인의 감정이 얼마나 아픈지, 한 번 해보시오"라며 라며 자신의 가슴팍을 날카로운 흉기로 베어냈다. 피를 뚝뚝 흘리는 그는 "자, 말해봐요. 아파요? 내 아픔이 전해지나요? 나는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라고 자신의 결백함과 억울함을 주장했다.
장혁은 슬픔이나 분노를 잘 느낄 수 없는 김영오라는 인물의 비애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없어 훈련을 통해 습득한 바디 시그널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그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남자다. 감정을 알지 못하지만 연인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하려 했던 김민재(박세영 분)는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 거짓으로 바디 시그널을 보여준 것이었고, 아버지인 이건명(허준호 분)은 그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살리자 "이제 알겠느냐. 내가 왜 너같은 괴물한테 의사가 돼선 안된다고 그토록 반대했는지"라고 날카로운 말
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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