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가 따로 없었다. 5개월 전 우승은 커녕 1승도 어려워 보였던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단이 전국 아마추어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배구단으로서 마지막 도전, 5개월의 맹훈련은 이로써 감동적인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을 거두는 우리동네 배구단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지막 매치포인트에서 1점을 따낸 후, 멤버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탁월한 전술로 이들을 이끌었던 김세진 감독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 우리동네 배구팀은 부전승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토너먼트 결정을 위해 뽑기를 할 때, 대표로 나선 강호동이 좋은 자리를 잘 뽑은 덕분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이 때부터 우리동네배구단과 함께한 것일까? 우리동네 배구단은 이천 부발 발리더스와의 준결승전에서 2대1로, 아마추어 최고라는 아산 B.D.P 배구 클럽과의 결승전에서도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전국배구대회의 경기는 어느 때나 쉬운 적이 없었다. 매번 1세트에서는 패배했고, 2세트에서 승리를 거둬 3세트를 치른 후에야 다음 경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매번 우승을 할 때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해 마지막 우승의 감동은 배가 됐다. 탁월한 전술로 멤버들을 이끌었던 김세진 감독이 "영화를 찍어도 이렇게 만들면 욕을 먹는다"고 말할 정도.
결정적 우승의 비결은 '명장'이었다. 김세진 감독의 전술과 전략은 결승전, 2세트에서 빛을 발했다. 10세트 넘는 경기를 연달아 치르며 지친 멤버들이 연달아 공격에 실패하고 사기가 떨어지자 그는 "마지막 기회다. 포지션 변경한다"며 조동혁을 라이트에 료헤이를 센터, 구교익을 세터에 세웠다. 처음 서보는 포지션에 멤버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김세진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졌음이 증명됐다.
료헤이는 강력한 스파이크로 상대편의 기를 죽였고, 구교익과 이재윤은 철벽 수비로 들어오는 공을 족족 막아냈다. 료헤이의 활약에 사기를 충전한 우리동네 배구팀은 각자 자신의 몫을 다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에이스 학진의 몸을 바친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멤버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고, 5개월의 대장정 동안 완벽한 팀이 된 서로를 바라보며 기쁨을 나눴다. 헹가래도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동네 배구단이 우승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스포츠 영화 못지 않은 멤버들의 투혼과 김세진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 맏형 강호동의 파이팅 넘치는 리더십 등이 한 데 어우러져 만들 수 있었던 결과였다. 그만큼 보는 이들의 감동도 컸다. /eujenej@osen.co.kr
[사진] '우리동네 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