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라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드 장르에서 흥행과 호평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수작들이 많았던 건 확실하다. 올 초여름, 방송가에서는 두 편의 의드가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SBS '닥터스'와 KBS 2TV '뷰티풀 마인드'가 월화극 시장에서 격돌했다. 초반 승부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장혁-박소담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는 당초 기대와 달리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의학 스릴러라는 장르 복합의 신선한 소재를 택한 듯 했지만 결과물은 이도(의드)저도(스릴러) 아닌 잡탕 수준이다. 연출도 조악하고 전개는 뜨악하다. 노련한 장혁의 열연만 빛나고 있다. 당연히 시청자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5일 방영분은 시청률 4%대(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에 머물렀다. 그나마 전날 3%대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다.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는 시청료 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직전이다.
이에 비해 박신혜-김래원 주연의 '닥터스'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치고 있다. 시청률 19.7%로 동시간대 MBC '몬스터' 11%와 꼴찌로 처진 4%대 '뷰티풀 마인드'를 크게 앞서고 있다. 세 명이 뛰는 지상파 월화 미니시리즈 경쟁에서 1~3위간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지는 것도 드문 일이다.
결국 의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는 한날한시에 첫 방송을 내면서부터 우열이 확연하게 갈렸다. 주인공이 멋진 남자 의사라는 점만 빼고는 같은 게 전혀 없는 드라마였는데 로맨스 의드에 집중한 '닥터스'가 압승을 거둔 것이다.
하명희 작가의 최신작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의 딱 떨어지는 케미 속에 통통 튀는 대사와 따뜻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오랜만에 '의드 불패'의 신화를 되살리고 있다. 의대생 출신 교사 홍지홍(김래원 분)과 사고뭉치 학생 유혜정(박신혜 분)이 병원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20대 최고의 연기파 여배우로 손꼽히는 박신혜는 ‘짱’ 출신 혜정 역을 맡아 발랄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이제 원숙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김래원도 "나쁜 지지배에게 반할 줄이야 몰랐겠지만" 혜정과의 밀당 로맨스에서 페르몬을 발산하는 중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1회부터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로 가득차 출발했지만 마무리를 못하는 게 아쉬움이다.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 분)와 교통 순경 계진성(박소담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환자들의 기묘한 죽음에 얽히기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감성 미스터리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한다. 드라마 기획 의도에 적힌데로 ‘닥터스’보다 진중한 의학 스릴러에 도전했지만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고 험하다.
같은 날 출발한 두 의드 '닥터스'와 '뷰티물 마인드'의 희비 쌍곡선이 과연 종착역까지 이어질지가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사진] KBS-SBS 제공, '뷰티풀 마인드'-'닥터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