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 멜로의 정석, 이경희 작가가 돌아왔다. 특히 이 작가 특유의 치명치명한 분위기와 아련한 영상미가 과거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과연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이경희의 전작들과 같은 뜨거운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첫 방송부터 치명적인 멜로를 예고하는 마지막 1분 엔딩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너 나 몰라?", "알아 이 개자식아"로 이어진 대화가 앞으로 펼쳐질 남녀주인공의 '짠내' 가득한 로맨스를 짐작하게 했다.
김우빈과 수지의 비주얼로 보아 로맨틱 코미디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멜로물이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놈의 사랑',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착한 남자'를 통해 치명적이고 애달픈 멜로로 정평이 나있는 이경희 작가가 집필을 맡았으니 극의 분위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베일을 벗은 첫 방송에서도 이러한 전개가 펼쳐졌다. 속물 중의 속물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 분)과 안하무인에 대뜸 육개장 100인분을 주문하는 엉뚱함을 발휘하는 톱스타 준영(김우빈 분)의 모습은 분명 코믹함도 갖췄지만, 슬픈 전개를 위한 '떡밥'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특히 방송 초반부터 밝혀진 준영의 시한부가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준영은 의사로부터 현대 의학으로 고치기 힘든 병을 진단 받았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1년이었다. 또한 그가 자신이 죽는 결말의 드라마를 촬영하는 모습이 혹여나 새드엔딩을 위한 초석이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서 언급했듯이 마지막 1분 동안은 엔딩 장면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준영은 자신을 모른 척 하는 과거 연인 노을(수지 분)에게 달려가 결국 “너 나 몰라?”라고 물었고, 노을은 잠시 모른 척 외면하려다 결국 “알아. 이 개자식아”라며 복잡한 감정을 담은 한 마디로 두 사람의 얽히고 설킨 과거사를 함축했다.
드디어 막을 올린 ‘함부로 애틋하게’는 ‘태양의 후예’의 뒤를 잇는 사전제작 드라마, 화려한 캐스팅이라는 부담감을 안은 채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하지만 여타 드라마와는 분명히 다른, 이경희 작가만의 치명적인 분위기와 김우빈, 수지라는 젊은 배우들의 시너지가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과연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동안 수많은 치명 멜로의 성공신화를 써 온 이경희 작가의 기운을 받아 흥행할 수 있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