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천만 관객 달성을 향한 대작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 그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총 열다섯 편의 영화 중 상당수는 과거의 일을 다룬 영화들이었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 혹은 실존 인물을 다루거나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예컨대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은 1930년대 김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원봉의 의열단이 했던 치열한 독립운동이 배경이다. 또 다른 천만 영화 '국제시장'은 그야말로 한국근 현대사를 훑는 작품이었고,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 대첩을 다뤘다. '변호인' 역시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 삶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올해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두 편이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바꿨던 인천 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덕혜옹주'가 그것이다.
실존인물을 그린 영화가 관객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이유는 역시 몰입감 때문이다. 관객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이야기가 '허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한다. 지금 나에게 감동을 줬던이 사건들이 사실은 누군가가 살았던 진짜 삶과 경험이라면 그 여운은 더 배가 된다.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는 그런 면에서 올해 천만 영화 후보작 중에서도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공통점은 각각 실존 인물인 맥아더 장군, 덕혜옹주가 등장하고 한국근 현대사의 중요했던 시기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물론 두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며 '명량'이 그랬듯 교육적으로도 '필람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드라마뿐 아니라 규모가 큰 액션이 주는 박진감을 기대할 수 있다.
'덕혜옹주'의 경우, 드라마틱한 개인의 삶이 관객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덕혜옹주의 삶은 지금까지 소설과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소재다. 몰락한 왕조의 마지막 자손의 이야기는 해외 작품 중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실존 인물의 중요성 때문일까? 각 영화는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의 역할은 무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연기했다. 리암 니슨은 국내에서의 인지도 뿐 아니라 연기력에서도 알아주는 유명 배우기에 그가 한국 전쟁의 영웅인 맥아더 장군을 어떻게 표현할 지 예비 관객들의 관심이 높다. '덕혜옹주'에서 주인공 덕혜 역을 맡은 이는 배우 손예진이다. 어떤 장르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던 손예진의 열연과 장기라고 할 수 있는 감정 연기에 기대가 모인다.
과연 관객들은 누구의 이야기에 설득 당할까? '인천상륙작전'은 7월, '덕혜옹주'는 8월에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