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와 함께 일할 작가들에게 고한다.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이경규의 콘텐츠인 ‘눕방’(눕는 방송), ‘낚방’(낚시 방송), ‘말방’(말타는 방송), ‘꽃방’(꽃 방송) 등을 함께한 기미작가가 보내는 편지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내용에 따르면, ‘마리텔’ 기미작가가 이경규에 대해 폭로하고 프로그램을 떠났다. 괜스레 이경규는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김구라는 그것이 팩트는 아니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이는 방송 말미 이경규와 함께 일했던 작가들이 보낸 폭로 메시지 중 일부다. 먼저 SBS ‘힐링캠프’ 작가가 포문을 열었다. 그의 말은 이렇다. ‘원래 삐딱하게 앉아 있는데 알고 보니까 녹화장에 국장님이 와 계시더라. 그럼 그렇지’라고. 윤종신에 따르면 이경규의 촉은 방송인의 동물적인 감각에 속한다고 한다.
폭로가 하나둘 계속될수록 이경규의 고개는 내려갔고, 웃음은 폭발했다. 다음은 지난 2012년 SBS 예능대상에서의 일이다. 한 작가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했다. ‘이경규 아저씨가 고급진 레스토랑을 빌려놓은 상태였는데 대상은 유재석, 아저씨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벌을 받듯이 와인에 로브스터를 먹었다’고.
현 ‘라디오스타’ 작가도 사연을 보냈다. 그는 10년 전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를 함께 했던 작가다. 몰래카메라에 실패할 경우 방송을 못 내보낸다는 책임감에 회의까지 참여했다는 훈훈한 사연 끝에 이렇게 말했다. ‘한 아이디어에 이게 재밌냐며 성질내셨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는 아저씨가 내신 건데’라고. 당시 어색한 연기를 하는 일반인 출연자를 돌려보내 막내작가였던 자신이 출연하게 됐다고. 사이비 종교 신도로 방송에 나오던 바람에 만나던 ‘썸남’과 연락이 끊겼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대미는 ‘마리텔’ 기미작가가 장식했다. 꽃방 당시의 이야기다. 피지 않는 꽃만 원하는 이경규에 전국 하훼단지를 뒤졌다고. 조화도 괜찮다는 본인의 허락이 떨어져 조화를 심었는데, 더운 야외 날씨에 짜증이 났는지 화를 냈다는 증언이었다.
그는 앞으로 이경규과 함께 방송하는 작가들에게 당부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첫 번째 무조건 피해있어라. 눈에 보이면 더 화가 나신다. 둘째 변명하지 마라. 변명을 시작하면 더 화가 나신다’라고.
이경규의 변도 있었다. 자신과 일하는 작가들은 딱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뉜다고 한다. 울거나 감동 받는다. 싸우고 울고 작가가 집에 가버리는 작품들이 성공했던 사례들로 보아 그 방법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타협하다 보면 좋은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던 것.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렇게 버럭 하는 이경규의 일화를 듣고 있으면서도 웃음이 난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미 버럭의 일인자라는 캐릭터가 이경규를 대표하고 있는 이미지 중 하나. 버럭 할수록 더욱 웃음 나고, 진솔해 보이고 친근해 보이는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