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를 당장 방송국에 보내야 한다. 사극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대학생 송효준 씨의 놀라운 능력이 시청자들뿐 아니라 프로 사극 배우 세 사람을 감탄하게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45표를 받지 못해 500만원의 덕후 생활 장려금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송효준 씨는 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 '사극 덕후'로 등장해 과연 '덕후'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이날 송효준 씨는 혼자 출연해 1시간을 꽉 채울 만큼 풍성한 능력치를 보여줬다. 조선의 역대 왕들의 이름을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목록으로 줄줄 외웠고, KBS, MBC, SBS 사극의 차이점을 설명할 줄 알았다. 음악은 사극 OST만 들었고, 좋아하는 '대조영'은 100부가 넘는 대작임에도 불구, 100번이나 봐서 모든 장면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능력은 시작에 불과했다.
송효준 씨는 한 배우가 출연한 여러 사극의 대사만 듣고 작품의 이름을 맞힐 수 있었다. 이 대결에는 여러 사극에 출연한 적이 있었던 배우 한상진이 함께 했는데, 그는 정답에 근사한 답을 내놨지만 항상 정확히 모든 사극의 이름을 맞힌 것은 역시 능력자 송효준 씨였다.
송효준 씨의 능력이 극에 달한 것은 한상진, 이광기, 김응수까지 세 사극 배우와의 대결에서였다. 사극과 관련된 단어가 제시되고, 그에 어울리는 사극 속 장면을 본 다음 해당 작품의 제목을 맞히는 것이 게임의 방법이었다.
양팀이 봐야하는 족자에는 '고문', '유배', '조례', '목욕', '합방', '출산', '회초리', '석고대죄' 등의 용어가 나왔고, 송효준 씨와 배우 삼인방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놀라운 것은 송효준 씨 못지 않게 너무나도 자세하게 사극에 대해 꿰뚫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능력자는 능력자였다. 송효준 씨는 '고문'의 장면을 보고 단번에 '해를 품은 달' 속 장면이라는 것을 맞혔고, '조례' 장면을 보고 "화면 색감이나 세트가 딱 '장영실'이다"라며 드라마 '장영실'의 화면을 알아봤다. '출산' 장면이 나오자 무려 10여 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신돈'을 한 눈에 알아봤다. 또 '기황후'의 고문 장면을 보고는 "'기황후'가 초반에 중국에서 로케이션을 했는데, 후반부 중국 느낌을 주기 위해 '대조영' 세트장에서 촬영을 했다"며 개별 세트장의 특색까지 알아봐 놀라움을 줬다. 결국 치열한 대결의 승기는 능력자 송효준 씨가 가져갔다.
어린 시절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를 읽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송효준 씨는 대학에서 현재 역사문화콘텐츠 학과에 재학중이며 훗날 사극 작가를 꿈꾸고 있는 진정한 '사극 덕후'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발해의 역사로 사극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이병훈 PD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에 냉큼 "(이병훈 PD가)고등학교 선배"라고 인연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친구들이 소녀시대를 부를 때 임호를 외쳤다는, 그만의 '덕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훗날 유명한 사극 작가가 돼 있을 것 같은 이 청년의 앞날을 응원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