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묻는다. 수지가 아닌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나 (연기 잘하는 것) 몰라?”
김우빈은 현재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톱스타 신준영 역으로 안방극장을 아련하게 한다.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은 준영은 어린 시절 인연이 있는 노을(수지 분)을 찾고, 때마침 다큐 PD와 연예인으로 마주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그때 그 시절의 아픔이 공개되고, 이 아픔이 현재도 계속 되고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 설레고 흐뭇한 순간도 있지만,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이야기가 더 많다. 미혼모 아들이자 검사 아버지 최현준(유오성 분)에게 보란듯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실패한 준영, 게다가 죽음까지 닥치고 있다. 준영이 그토록 찾고 죽기 전 사랑하고 싶은 여자 을이 역시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상처가 있고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린다. 더욱이 준영의 아버지가 을이에게는 원수다.
이 애처로운 신파에 김우빈의 절절한 감정 연기가 더해지니 더 애달프다. 눈빛에 담긴 깊은 상처,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고 순수했던 그 시절에도 준영은 가슴 깊은 곳에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처절하게 달려오다 톱스타가 됐는데 시한부 인생이라니, 준영은 또 다시 마음이 미어진다. 아직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김우빈의 애처로운 눈빛에 자꾸 코끝이 찡해진다. 극이 진행되고 준영과 을이의 슬픔이 깊어지면 안방극장은 눈물바다가 될 터.
김우빈은 이번 드라마에서 작정했다. 그가 안방극장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는 껄렁껄렁한 반항아를 기반으로 했다.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가 입혀져서 색깔이 조금씩 달랐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딘가는 엇나가는 구석이 있었다. 이번에는 짙은 결핍 요소를 장착해 시청자들을 작정하고 울린다. 아직 20대 젊은 배우가 소화한다고 믿기 쉽지 않을 정도로 깊은 감정 연기, 연기를 하는 것인지 일상 대화를 하는 것인지 구분이 쉽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황 소화력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데뷔 초를 제외하고 작품 속 김우빈은 참 연기를 잘했다. 그의 연기는 부담스럽지 않았고, 매력이 확실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어찌 보면 안방극장이 숱하게 봤던 시한부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악연 속 사랑 이야기다. 흔한 이야기, 결국 배우가 흔하지 않게 포장해야 하는데 김우빈이 하고 있다. 준영이가 자신을 모른 척 하는 을이에게 말한 “너 나 몰라?”라는 외침처럼 김우빈이 시청자들에게 소리치고 있다. 연기 잘하는 김우빈을 아직도 모르냐고.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