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불경기와 더욱이 한여름에는 로맨틱 코미디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방송가의 정설이 깨졌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웃긴 요소가 없이도 한여름에 정통 멜로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2회 연속 12.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팍팍한 현실, 그리고 더운 여름에는 로맨틱 코미디를 내놔야 한다는 최근 방송가의 흥행 공식을 보란듯이 비웃었다.
이 드라마는 지난 겨울에 촬영된 사전 제작 드라마. 배우들이 모두 겨울 옷을 입고, 입김이 폴폴 나는 가운데 이야기를 나눈다. 드라마 밖 현실은 장마 속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여름에는 가벼운 사랑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최근 방송가의 정설을 확 뒤집었다. 묵직한 정통 멜로인 이 드라마는 전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점점 더 슬픈 이야기를 건드릴 것임이 자명한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시한부 인생의 톱스타 신준영(김우빈 분)과 그와 인연이 있는 다큐 PD 노을(수지 분)의 애틋한 사랑을 다루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이 여럿 등장한다. 결핍 요소와 장애물이 가득한 드라마 속 인물과 설정, 그래서 가슴이 아려오는 순간이 많다. 간혹 소소한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배경은 묵직한 멜로이기에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가득하다. 준영이가 죽지 않을까, 준영이와 을이의 사랑이 지켜질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이야기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리가 여름마다 가볍게 웃으면서 설렘을 느꼈던 기존의 인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상반기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KBS 2TV ‘태양의 후예’와 tvN ‘또 오해영’이 기본적으로 웃음을 바탕으로 달달하고 설레는 연애를 다뤘다면, ‘함부로 애틋하게’는 슬픔을 배경으로 아련한 사랑을 그린다. 이 같이 재미보다는 깊은 여운이 있는 드라마, 인물들의 아픔과 슬픔에 가슴이 찢어지는 정통 멜로 ‘함부로 애틋하게’의 묵직한 정공법이 다행히도 통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