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이 개봉 2주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기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두 명의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이 작품은 '과속스캐들', '7번방의 선물'과 궤를 같이 하는 착한 코미디다.
'굿바이 싱글'은 철없는 여배우가 연하 남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한 후 '영원한 내 편'을 만들겠다며 엄마되기에 돌입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배우 김혜수가 안하무인 철부지 여배우 주연 역을 맡아 tvN '시그널'의 무게를 툭툭 털고 변신했다.
지난 29일 개봉한 이래로 9일까지 '굿바이 싱글'은 158만 3,077명의 누적관객을 모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수치다. 현재 박스오피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도리를 찾아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우 유 씨 미2', '레전드 오브 타잔'과 '컨저링2' 등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세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 '봉이 김선달'과 '굿바이 싱글'은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박스오피스 5위권 안에 들어 선전하고 있다.
'굿바이 싱글'은 지난달 개봉해 강렬한 여자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큰 인상을 남긴 '아가씨'의 흐름을 이어오면서도 충무로 흥행 공식인 웃음과 눈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애어른 십대 미혼모와 백치미 넘치는 여배우가 서로를 의지하며 연대해 가는 과정은 감동을 줬지만, 억지 눈물을 짜내지 않고 산뜻하게 적정선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구닥다리' 느낌을 벗었다. 오히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세련된 느낌을 준다.
'착한 영화' 보다는 세고 자극적인 영화들이 조금 더 관객들의 관심을 받기 쉬운 요즘이다. 깡패나 비리 정치인, 재벌들이 나오는 작품들은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마냥 보고 있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굿바이 싱글'처럼 가볍고 따뜻한 여성 코미디가 나와 흥행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의미가 있다.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높여 줄 뿐 아니라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더 넓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배우들의 공통된 걱정 중 하나가 "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작품이 없는" 것이다. 그 가운데 '굿바이 싱글'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코미디'임에도 불구,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다양한 메뉴를 보는 것이 좋다. 강하고 센 영화가 있으면 '힐링 영화'도 필요하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있으면 여자들의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착한 여자 코미디' '굿바이 싱글'은 존재 자체로 반가운 작품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굿바이 싱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