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붐이 아이돌 가수로 오해를 받다니. 역시 편견을 무너뜨리는 '복면가왕'다웠다. '싼 티' 혹은 '비호감' 이미지를 잠시 가면으로 가리고 노래를 부르는 방송인 붐의 모습은 그냥 그대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 같았다.
붐은 1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1라운드 듀엣 대결 첫 조의 주자로 나섰다. 가면을 쓴 그의 이름은 흑백논리 체스맨이었고, 그의 라이벌은 장기알과 얼굴들이었다.
두 사람이 선택한 노래는 패닉의 '달팽이'를 선곡했다. 두 사람 모두 묵직하고 안정적인 저음이 칭찬을 받았는데, 흑백논리 체스맨의 경우 유영석으로부터 "체스맨님의 저음은 최고다. 저음으로 내려가면 소리가 굵어지면서 힘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체스맨은 저음으로 내려가면서 소리를 압축, 응축시키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흑백논리 체스맨의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구라는 "체스맨은 피트하게 옷을 입었는데 약간 가슴 처짐 현상이 있다. 기본적으로 가슴이 큰 분"이라고 지적해 웃음을 줬다. 신봉선은 "저렇게 서 계시다 의식적으로 다리를 모은다. 모델 출신의 연기자일 수 있다. '오로라 공주'에 나온 배우 서하준 씨 같다"고 말했다.
흑백논리 체스맨의 장기자랑인 능수능란한 춤이 이어지자 의견은 더 분분해졌다. 공통으로 나오는 의견은 그의 정체가 춤을 잘 추는 아이돌 가수일 것이라는 것. 누군가는 팝핀 현준을, 누군가는 배우 이준을, 또 누군가는 몬스타엑스의 셔누, 2PM 준호라고 추측했다. 누구도 흑백논리 체스맨을 '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만큼 효과는 매우 컸다. 연예인과 일반인 가릴 것 없이 판정단은 놀라워했다. 신봉선은 "내가 붐이라고 할 때마다 김구라가 '붐은 노래를 못 한다'고 했었다"며 충격을 표했다.
사실 붐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아이돌 그룹 키, 레카, 뉴클리어 등의 이름을 댔고, "가요제 출신이다. 부천 복사골 가요제에서 수상도 했다. 아차상이었다"고 사실은 가수로 먼저 데뷔했던 사실을 알리며 탁월한 노래 실력을 갖추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붐의 경우를 통해 '복면가왕'은 또 다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아이돌일 것이라 깜빡 속았던 붐은 방송인 이미지에 가려진 가수로서의 재능을 뽐낼 수 있었고, 시청자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모든 편견을 없애고 오로지 노래 실력만을 보는 '복면가왕'의 마법은 여전히 강력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