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에 비해 시즌 길어, 후유증 예고
대부분 성적 떨어져, 후반기는 괜찮을까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프리미어12’ 초대 대회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불안감 속에 시작했으나 홈팀인 일본을 준결승에서 꺾은 끝에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당시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는 큰 영예가 될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체력적으로는 극심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대호(시애틀)조차 결승전을 전후 “대회가 빨리 끝내고 푹 쉬고 싶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KBO 리그 소속 선수들도 사상 첫 144경기 체제를 소화했고 일부 선수들은 포스트시즌까지 소화하고 경기에 나서 피로도가 절정에 이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11월에 푹 쉬지 못한 대표선수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어깨를 한 달 더 써야 하는 투수들이 그렇다”라고 우려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보다는 사정이 낫다. 대표선수 정도 되면 알아서 체력을 보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어쨌든 추가적인 체력소모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 지난해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김태형 두산 감독도 대회를 앞두고 이를 우려(장원준 이현승)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경기에 많이 뛰지 않았다 하더라도 소집기간을 고려하면 남들보다 한 달 가까이 적은 휴식을 취한 셈이다. 그렇다면 전반기 3경기가 남은 현 시점에서 당시 대표로 출전한 투수들의 올 시즌 성적은 어떨까.
투수 쪽에서는 선발로 뛰었던 김광현(SK)과 장원준(두산)이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광현은 16경기에서 101이닝을 던지며 7승7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막판 팔꿈치 근육 쪽에 다소 통증이 있어 전열에서 이탈했으나 큰 부상은 아니다. 장원준은 여전히 꾸준하다. 장원준은 15경기에서 91⅔이닝을 던지며 9승3패 평균자책점 3.53의 좋은 성적을 냈다.
NC 마무리 임창민은 올 시즌 마무리 수난시대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32경기에서 15세이브를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1.27에 불과하다. 삼성의 마무리로 승격한 심창민 또한 33경기에서 2승3패1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07로 분전 중이다.
다만 성적 저하나 부상이 있었던 선수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바탕으로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던 조상우(넥센)는 전지훈련 기간 중 팔꿈치 통증을 느껴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져 우려를 모았는데 프리미어12까지 나서며 피로가 누적된 영향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차우찬(삼성)은 가래톳 부상으로 5월 일정을 모두 건너뛰었다. 지난해 발군의 성장세를 선보였던 조무근(kt)은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8경기에서 1승4홀드 평균자책점 7.22의 부진이다. 전반적인 구위가 지난해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역시 프리미어12 출전을 하나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우규민(LG)은 초반 좋은 기세를 선보였으나 최근 부진으로 올 시즌 전체 성적에 흠집이 났다. 14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6.19에 그치고 있다. 역시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이현승(두산)은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커진다. 35경기에서 20세이브를 거두기는 했지만 평균자책점 4.91까지 올랐다.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정대현(롯데)은 21경기에서 1승8홀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한 채 골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NC 사이드암 이태양도 지난해만한 성적은 아니다. 지난해 29경기에서 10승을 거뒀던 이태양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2승에 머물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소폭 높아졌다(3.67→4.21). 지난 시즌 후 4년 84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던 정우람(한화)은 올 시즌 34경기에서 51이닝을 던지며 4승2패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다만 블론세이브가 6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앞으로 체력적 부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위협요소다.
일본에서 뛰며 지난해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 몫을 했던 이대은(지바 롯데)은 올 시즌 거의 대부분을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고전하고 있다.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발 로테이션 구상에서 배제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