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그려낸 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이라는 캐릭터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눈길을 모은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배우들과 허진호 감독의 만남으로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 캐릭터는 영화적인 설정을 갖고 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얼마 전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박해일은 자신이 맡은 김장한이라는 역할에 대해 “가장 영화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연기를 준비할 때도 실제 인물과 시나리오 속 캐릭터의 설정을 각각 얼마만큼 가져 갈 것인지에 대해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라고 밝힌바 있다.
극중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김장한은 사실 실제 인물과 영화적 설정이 더해진 복합적인 캐릭터다. 영화 속 김장한은 위험을 무릅쓰고 영친왕 망명작전의 중심축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후에는 덕혜옹주를 다시 귀국시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극의 핵심인물이다. 그는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인물로 등장, 영화 전반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김장한이라는 인물은 실제로 1919년, 고종이 일제에 의한 덕혜옹주의 정략결혼을 막기 위해 일찍이 약혼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일화로 알려져 있다. 훗날 덕혜옹주는 결국 소 다케유키라는 일본인과 정략결혼을 하게 됐고, 이후 김장한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한편, 실제 덕혜옹주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김을한이라는 언론인의 노력이 컸는데, 그는 바로 김장한의 친형이었다. 당시 서울신문의 기자였던 김을한이 덕혜옹주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그녀의 귀국을 위해 노력했으나, 황실의 존재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정부에 의해 귀국이 거부되었던 것. 이후 다시 탄원서를 올린 끝에 마침내 덕혜옹주가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한 김을한이라는 인물의 일부 설정 또한 극중 김장한이라는 캐릭터로 가져오게 되었다.
이처럼 '덕혜옹주' 속 김장한이라는 캐릭터는 역사 속 덕혜옹주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의미 있는 실제 두 인물에 영화적 요소를 더해 만들어져 더욱 흥미롭다.
'덕혜옹주'의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그럴 수 있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을까’라는 개연성과 정당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겼다고. 이러한 '덕혜옹주'의 김장한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실제 김을한과 김장한의 후손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허진호 감독은 두 선인을 일부 캐릭터로 차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후손들이 이를 흔쾌히 수락하게 되면서 김장한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됐다. 이러 사연을 가진 김장한은 믿고 보는 배우, 박해일의 연기를 통해 더욱 힘있고 진정성을 더한 인물로 탄생했고, 이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덕혜옹주'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롯데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