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희생자가 된다면 어떨까. 배우 김태훈은 방송 조작의 이면을 다룬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에서 시한부 남편 도준 역을 맡아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청률에 미친 감독 석진(이정진 분)과 방송에 중독된 아내 영애(강예원 분)는 시청률 조작을 위한 위험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강렬한 악역부터 짠한 시한부 환자까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김태훈을 1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장 먼저 밝은 미소를 확인한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영화 속 캐릭터이지만, 워낙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었기 때문. 그만큼 캐릭터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김태훈의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만난 그의 모습은 텍스트로 다 전달이 안 될 만큼 밝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한 시간이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는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캐릭터 외에도 김태훈이라는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사람 냄새’였다.
요즘 그가 빠져있는 건 케이블채널 엠넷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다. 따로 응원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단번에 서출구를 꼽았다. 왜 좋아하느냐를 물었더니 “진정성 있는 모습이 좋았다”며 “‘쇼미더머니’를 보면 찡한 게 있다. 가사들의 표현하는 것이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프로그램 속 래퍼들의 랩을 집에서 따라해 보기도 했다고. 아직까지 지난 주 방송을 보지 못한 상태라고 해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게 됐다.
그의 유쾌함을 혼자 알고 있기가 아까운 마음에서 리얼리티를 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이에 고개를 저으며 웃음 지었다. “언젠간 재밌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해보고는 싶지만 아직까지는 연기자로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어 “작품에서 저를 보실 때 제 실제 모습을 아시면 달라질 것 같다”며 “관객 분들에게 캐릭터로서만 저를 보이는 게 아직까지는 원하는 지점이다. 물론 솔직한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고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이 출연한 ‘트릭’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