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렜던 3개월이다. 사랑 없는 퍽퍽한 삶을 사는 누군가에게는 연애 세포를 깨우는,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는 곁에 있는 이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샘솟게 하는 역할을 ‘운빨로맨스’가 톡톡히 했다.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밀고 당기는 연애 기술로 서로를 재기만하는 소모전도 없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상대를 치유하는 힐링 로맨스만 있을 뿐이다.
지난 5월 25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오늘(13일)로 종영을 단 하루 남겨두고 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황정음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수식어로 여성 시청자들의 뜨거운 러브라인 지지를 받았던 류준열이 만났기 때문. 여기에 귀여운 캐릭터로 돌아온 이수혁과 알파걸로 연기 변신한 이청아부터 작품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정상훈, 이초희 등까지 가세해 기대를 모았다.
기대를 반영하듯 1회는 전국 기준 10.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SBS ‘딴따라’,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게다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전작인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마지막 회에서 기록한 시청률은 9.9%. 4월 종영한 KBS 2TV ‘태양의 후예’ 이후로 수목극에서는 두 자릿수를 넘기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소재도 독특하고 신선했다는 평이다. 보늬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건 미신이고, 이를 통해 수호와도 얽히게 된다. 초반 보늬는 동생 심보라(김지민 분)를 살리기 위해서는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도사의 말에 고군분투했고, 수호를 만나면서 식물인간이었던 보라가 의식을 회복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미신에 대한 맹신이 아니란 건 드라마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보늬 뿐만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하나씩의 상처를 갖고 있다. 수호는 천재 소년으로 태어나 남들과 다르다는 시선 속에서 살아왔고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었다. 한설희(이청아 분)는 수호를 미국에 두고 홀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10년 동안 마음 앓이를 했고, 최건욱(이수혁 분)은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는 생각으로 그를 미워했었다. 이처럼 저마다 상처를 품고 사는 완벽하지 않은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는데 한몫했다.
아픈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그저 그런 4각 관계가 아닌,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준다는 착한 로맨스가 ‘운빨로맨스’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운빨로맨스’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사랑에서 착한 드라마도 사랑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던 ‘운빨로맨스’ 덕분에 약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안방은 ‘베이비핑크’ 빛으로 물들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화이브라더스,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