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에서 장혁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에 사이코패스다. 어린 시절부터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장혁의 아버지 허준호도 장혁이 의사가 되는 걸 반대했었던 상황.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감정은 전혀 없다.
때문에 장혁의 이 같은 인격 장애 문제를 개선시키는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극본 김태희, 연출 모완일 이재훈)는 영오(장혁 분)라는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잃어버렸던 감정을 되찾고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설정을 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될 정도의 영오와 같은 사람이라면 정신과 치료를 통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맞는 듯해 보인다. 지금까지 민재(박세영 분)와의 관계에서도 민재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을 향해 보내는 바디 시그널로 민재를 이해하고 민재의 감정을 아는 척했다.
이 정도의 감정을 가진 인물인데 지난 11일 방송에서 영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환자를 사람으로 대하며 치료에 성공한 전개는 공감하기에는 어려웠다. 영오는 진성(박소담 분)의 동네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진료가 맞다고 생각하는 의사였다.
자신을 생각해 집으로 데려온 진성의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진성은 영오에게 “당신을 남다르게 보지 않는 곳에서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돌아오는 영오의 대답은 차가웠다. 영오는 “타인의 고통은 공격하기 좋은 달콤한 약점이 되거나 보는 눈만 없으면 언제나 갖다 버리고 싶은 짐짝이 되는 거다. 도와 달라는 말 취소다”고 했다.
그리고 바다에 빠지는 환자를 보고도 크게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진성이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 들어 환자를 구하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영오가 이 상황에서 동요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영오는 환자를 찾아가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대로 바디 시그널을 보고 진단했고 시어머니가 환자인 며느리를 바다에 빠뜨렸다고 확신했다. 영오는 진성에게 “내 진단이 확실한 거다. 이번 내기 내가 이긴 거다”며 만족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환자가 경기를 일으키자 영오는 “내가 틀렸다고? 아니야. 난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어. 뭔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변했다. 환자를 보고 바디 시그널로 진단하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던 영오가 진성의 말 한마디에 달라졌다. 진성은 영오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바다로 밀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겠냐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도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순간 이영오 선생님은 없었냐”라는 말을 했다. 이에 영오는 무엇이라도 생각난 듯 환자를 찾아가 “살고 싶어서 바다에 뛰어든 거다. 환자의 증상이 아닌 환자를 보려고 한 거니까. 처음으로 사람을 보려고 한 거니까”라고 했다. 영오의 변화는 영오가 마음이 없는,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설정 속에서 갑작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전개였다.
어쩌면 이는 영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진성 캐릭터를 소화하는 박소담의 연기의 힘이 아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오가 변화하는 데는 진성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드라마의 설명이 있는데 이날 방송을 봤을 때 영오가 변화한 건 진성보다는 영오 스스로 깨달아가는 힘이 컸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여러 모로 아쉬운 회였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뷰티풀 마인드’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