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 그동안 ‘화성인 바이러스’ ‘코미디 빅리그’ 등 다소 코믹하고 4차원스러운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그가 지난해 2월 똑 부러지는 예능을 하나 들고 나타났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모범생처럼 착하고 바른 예능을 준비했는지 궁금해졌다.
‘문제적 남자’는 섹시한 뇌를 만나자는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두뇌를 풀가동 시켜줄 색다른 여섯 남자의 토크쇼를 표방한다. 다른 예능처럼 멤버들이 수다를 떨긴 하는데,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그 대화가 굉장히 심오하고 지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뇌섹남들의 모임은 아니다. 다양한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그들이 사는 방식에 다가가는 인문학적 접근이 뼈대를 이루는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1년 넘게 연출을 맡고 있는 이근찬 PD를 상암동에서 만났다.
그는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 하는 모범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혹시 뇌섹남이 아니냐고 묻자 “절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다”라고 답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하지만 매주 IQ테스트 같은 문제들을 착실히 소화하는 것으로 봐선 모범생이 분명할 터다.
이 PD를 포함한 제작진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멤버들이 풀게 될 문제 출제다. 보통 방송에서는 회당 4~5문제가 나오는데, 녹화할 때는 10개 정도를 푼다. 제작진은 5시간의 녹화를 위해 그것에 5배수로 준비를 한다.
“작가들이 문제를 찾기도 하고 자문하는 교수님들이 계신다. 저희 프로그램은 문제 푸는 게 메인이기 때문에 소홀하면 안 된다. 녹화에 들어가기 전 제작진이 모여 앉아 다 같이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저희가 쉽게 푸는 문제는 시청자들도 쉽다고 생각해서 빼기도 한다. 보통 예능 구성회의 시간은 시끌시끌한데 저희의 회의시간은 문제를 푸느라 조용하다. 당이 떨어져서 초콜릿을 먹으며 문제를 푼다.(웃음) 사실 녹화 때도 조용하긴 하다. 게스트들이 ‘왜 이렇게 조용하냐, 에어컨 소리 들리는 녹화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이근찬 PD는 먹방, 쿡방 등 많고 많은 예능적 소재 중에 왜 하필 문제 풀기라는 주제를 택했을까?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모두 다르지 않나. 새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화성인 바이러스’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에 맞춰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하면, 우리 프로그램을 보듯, 문제를 거꾸로 봐도 되고 다른 쪽으로 접근을 해도 해결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문제를 푸는 과정 안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끼고, 호기심을 품고 마지막에 감동까지 안기고 싶었다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더니 “초반 출연자 섭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며 “전현무 하석진을 설득하는 데 모호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대체 퀴즈인지 토크인지 궁금해하면서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출연을 결정했다”고 섭외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27회에 데니스 홍이 출연하면서 멤버들과 겨룰 게스트가 꾸려지기 시작했다. 이 PD는 게스트를 둔 것에 대해 “여섯 친구들이 문제만 풀면 단조로워질 것 같았다. 많은 연예인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그 분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각자 활동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한층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PD가 “시청률이 잘 나오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수치만 따라가는 건 아니다. 잘 나오면 좋겠지만 우리는 책상에 앉아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데서 진심이 느껴졌다.
‘문제적 남자’는 어려운 문제를 풀지만, 결국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인터뷰②에 계속)/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