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불쌍한 여자 이성경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박신혜만 바라보는 남자들에게 질투심을 드러내면서도, 악한 일을 꾸미는 악역이 아닌지라 귀여운 매력이 눈에 들어오는 것. 눈치 없는 김래원과 윤균상 때문에 부들부들 화가 날 일이 많은 이성경의 뾰로통한 표정에 푹 빠졌다.
이성경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어린 시절에는 교사 홍지홍(김래원 분)을 좋아했지만 현재는 선배 정윤도(윤균상 분)를 짝사랑하는 진서우를 연기하고 있다. 두 남자 모두 유혜정(박신혜 분)을 바라보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서우는 지홍에 대한 마음은 남아 있지 않은 상태. 다만 윤도까지 혜정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자신을 밀어내면서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홍과 혜정 사이를 훼방을 놓는 악역이 아니다. 윤도가 혜정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혜정을 괴롭히지 않는다. 질투하고 속이 상해할 뿐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주인공의 사랑을 파탄에 빠지게 하는 악역이 아니다. 오히려 지홍과 혜정이 잘되길 바라며, 윤도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서우는 참 ‘쿨한’ 갈등 장치다. 혜정과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심지어 매번 혜정에게 밀려나도 병원 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권력을 이용하진 않는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경쟁을 하기에 그래서 서우의 짝사랑이 안타깝고 지지를 하게 된다.
더욱이 지난 11일 방송된 7회에서 윤도에게 연인과 다름 없는 지홍과 혜정 사이를 인지시키게 하고 지홍과 혜정의 대놓고 하는 ‘연애질’에 “눈에서 꿀들이 뚝뚝 떨어진다”, “아예 대놓고 사랑을 하시라”라면서 속마음으로 분개할 뿐이다. 서우의 짝사랑과 질투가 귀여운 것은 결국 승리자는 혜정이기 때문. 지홍은 면담 후 혜정은 그냥 돌려보내고 서우에게 무거운 짐을 같이 들자고 하는 눈치 없는 행동을 하고, 윤도는 서우가 있는데도 혜정과 함께 일을 하겠다고 굳은 심지를 피력한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드라마였으면 서우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일을 꾸며도 전혀 문제 없는 전개인데, ‘닥터스’는 서우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서우에 대한 호감이 쌓일 수밖에 없는 전개인 것.
드라마 초반 혜정을 위기에 몰아넣고 학교까지 떠나게 만든 인물이었지만, 나쁜 일을 꾸미고도 불안해하고 죄책감이 가득했던 서우.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 지홍과 혜정 사이를 방해할 가능성은 0%도 없는 서우의 ‘쿨한’ 행보가 안방극장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동시에 서우를 연기하는 이성경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성경은 안정적인 연기로 선과 악의 캐릭터 구분 없이 팔색조 매력을 뿜어대는 배우. 이번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며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