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사랑 놀음이 또 통했다. 뻔한데, 뻔하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꾼 하명희 작가의 ‘닥터스’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범주의 이야기인데 살짝 뒤틀어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시청률 20%를 넘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시간대 1위, 현재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중에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가능한 인터넷 화제성도 높다. 관련 인터넷 게시물이 쏟아지며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으로 조사하는 콘텐츠파워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는 의사가 병원에서 사랑을 하는 흔하디 흔한 의학드라마다. 수술 장면이 있긴 하나 긴박하게 사람을 살려내는 부분보다 그 속에서 의사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형 의학드라마, 이 뻔하지 않은 장르인데 시청자들은 또 영업을 당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상류사회’ 인기를 이끌었던 하명희 작가는 흔한 이야기 구조를 택하며 높은 대중성을 자랑한다.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라고 해서 작가의 필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하 작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사랑과 삶을 다루며 그 속에 통찰력 있는 시선을 견지한다. 통통 튀는 대사, 그리고 직설적이어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흔드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가 하 작가의 작품이 매번 흥미를 자극하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다 할 수 있지만, 예상 가능한 범주를 살짝 뒤트는 한박자 빠른 전개와 반전 설정으로 하 작가는 지루하지 않게 한다. ‘닥터스’ 역시 주인공인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이 시청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주변 인물들이 갈등을 펼쳐놓을 것 같은 긴장감을 형성하다가도 예상보다 쉽게 풀리며 답답함을 유발하지 않는다.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적당히 위안을 삼게 되는 전개가 흔하디 흔한 의사들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이유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일단 뒷 이야기가 예측은 가능하나, 그래도 뻔한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며 보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것.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담백한 연출 역시 ‘닥터스’의 장기다. 화려하지 않지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 그리고 깔끔하고 산만하지 않게 전개를 풀어가는 연출이 튀지 않지만 묵묵하게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탄탄한 대본과 연출이 판을 깐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최근 들어 카리스마 있는 연기에 집중했던 김래원은 간만에 달달한 로맨스 속 귀여운 매력을 뿜어대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 박신혜의 지지하고 싶은 사랑 연기, 그리고 풍부한 감정 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공감대 형성은 언제나처럼 탁월하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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